▲엄마라는 이름이 때론 갑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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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아이가 첫 돌이 지나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대요. 그런데 주변에서 "그 어린 아이를 꼭 보내야겠니?", "취직했니?"라고 묻더래요. '아이는 엄마가 직접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거죠. 엄마도 내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쉬고, 책을 읽고, 친구를 만나며 충전하는 시간이요. 그런데 그렇게 질문을 받으니 아이에게 못할 짓을 한 것 같고, 이기적인 엄마가 된 것 같더래요.
"그럴 때 저도 참 아쉬워요. 부모들은 2022년을 살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부모에게 들이대는 잣대는 조선시대인 것 같을 때가 있죠. 사회가 점점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개인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지만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엄마라면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애정이 샘솟는 게 당연하고, 모유 수유를 해내는 게 당연하고, 엄마 자신보다 아이를 앞세우는 걸 당연시해요. 그렇지 않을 땐 '엄마라는 사람이'라는 손가락질이 따라와요. 그러니 엄마들은 사회에서 말하는 '엄마'라는 틀에 맞추려고 더 애쓰고, 그렇지 못할 때 더 스트레스를 받기 쉽죠."
엄마라는 틀에 갇힌 한 개인의 고유성
- 그 엄마라는 틀이 참 갑갑해요. 어릴 때 '네가 중요하다', '너 답게 살아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거든요. 내 이름 석자로 살아오다가 임신을 한 순간 엄마로 '
퉁친' 느
낌이랄까요? 제 또래 부모들은 비슷한 감정을 느낄 거예요.
"상담이나 워크숍을 진행하면 제일 먼저 '어떻게 불러드릴까요?'라고 여쭤봐요. 내가 불리고 싶은 닉네임을 정하고 들여다보면 그 안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거든요. 우산, 조이, 오월, 산들, 괜찮아, 올리브... 새로운 닉네임을 정하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내 이름 그대로를 불러 달라는 분들도 꽤 많아요."
- 왜인지 알 것 같아요. 부모가 되고 내 이름으로 불리는 일이 거의 없거든요. '웅이 엄마', '결이 엄마'로 불리죠. 그러다 보니 웅이 엄마, 결이 엄마만 남고 나는 사라진 것 같을 때가 있어요.
"아연님은 직장에서 뭐라고 불리셨어요?"
- 직급을 부르죠. '김 과장~' 이렇게요.
"그때도 내가 사라진 것 같았어요?"
- 아뇨. 그러고보니 직장에서는 내 이름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네요. 웅이 엄마로 불릴 때와 '김 과장'으로 불릴 때. 조금 다르게 느껴져요.
"'OO의 엄마'로 불릴 때 내가 없어진다고 느끼는 건 나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일 거예요. 나의 고유성에 대한 존중 없이 '엄마라면 이 정도는~'으로 퉁칠 때가 대표적이죠."
당신은 무얼 좋아하고 잘하는 부모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