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의 나와 부모로서의 나 사이의 갭이 낯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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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고 내가 너무 낯설때가 많았어요. 부모님께는 착한 딸, 직장에서는 인정받는 직원이었거든요? 일 척척 잘해요. 그런데 육아는 아주 엉망진창이에요. 내가 무언가에 이렇게 엉망진창이라는 게 지금도 놀라워요.
"부모가 되고 나서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는 분들이 참 많아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부모가 되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하세요. 그런데 좀 안타까운 건 그 새롭게 만나는 내가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라는 거예요. '짜증이 이렇게 많았나?', '잘 하지 못하는 게 왜 이렇게 많아졌지?'처럼요."
엄마가 된 알파걸들
-다 제 이야기 같아요. 예전엔 똑 부러지게 결정도 잘 했는데, 지금은 이게 맞나? 최선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주저하게 될 때도 많아요.
"지금 아연님 또래의 부모들에게 익숙한 단어가 하나 있어요.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한 '알파걸' 들어보셨죠? 하버드대 아동심리학 교수인 댄 킨들런이 저서 <알파걸:새로운 여자의 탄생>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인데요. 킨들런 교수는 알파걸을 "성실하고, 낙천적이고, 실용적이고, 이상적이며, 개인주의자이면서 동시에 평등주의자인, 그러면서 관심영역이 광범위해 인생의 모든 가능성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유능한 소녀집단"이라고 정의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경력, 능력을 갖춘 젊은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이기 시작했지요."
-기억나요. 사회 초년생일 때 '알파걸' 이란 말을 처음 듣고,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네가 원한다면 뭐든 이룰 수 있다', '노력하면 된다', '혼자 설 수 있어야 한다'는 말 자주 들었거든요. 맡은 일을 열심히, 스스로 해내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요즘 부모들이 대부분 '알파걸'로 성장한 세대에 해당할 거예요. 킨들러 교수는 알파걸의 특징 중 하나로 자신의 능력을 믿는 것을 꼽아요. 요즘 부모들은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자랐고, 노력해서 이뤄낸 것들이 많아요. 자신의 능력을 믿죠. 아연님도 그렇다고 하셨지요? 부모 역할을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