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문년도장승업, 19세기 후반, 비단에 채색, 143×69㎝
국립중앙박물관
노인 세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그림의 제목은 삼인문년, 즉 '세 사람이 나이를 묻는다'이다.
바다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노인의 지팡이에는 불로초가 있고, 붉은 옷을 입은 노인의 옷 아래쪽에는 '목숨, 수명, 장수'를 뜻하는 '수(壽)'자가 반복하여 적혀 있다. 오른쪽 노인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반도(신선이 먹는 복숭아)로 세 노인의 위쪽으로 복숭아나무가 드리워져 있다. 이들의 말을 엿듣는 것처럼 빠끔히 모습을 드러낸 흰 사슴 역시 장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이는 중국 북송 시대의 문인이자 정치가인 소식(소동파)이 지은 문집 <동파지림>에 나오는 고사를 표현한 그림이다.
세 노인은 서로의 나이에 대해 묻고 대답하고 있다. 한 노인은 "어릴 때 반고와 알고 지냈다"고 자랑을 하는데, 반고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천지를 창조한 신이다. 다른 한 노인은 "바다(벽해)가 변해 뽕밭(상전)이 될 때마다 나뭇가지를 하나씩 놓았는데, 그 산가지가 벌써 10칸 집을 가득 채웠다"고 한다. 그러자 마지막 남은 노인이 이렇게 말한다. "반도를 먹고 씨를 곤륜산 아래에 버렸는데, 그 씨가 쌓여 곤륜산 높이와 같아졌다"고 말이다.
서로 자신의 나이가 더 많다고 자랑하는 노인들의 허세가 재미있는 '삼인문년'은 오원 장승업(1843~1897)의 작품이다.
간송미술관에는 위 그림과 같은 제목의 또 다른 삼인문년도가 있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한 명의 등장인물이 더 있다는 점이다. 세 노인의 주위에서 반도를 노리는 남자의 이름은 동방삭으로, '삼천갑자 동박삭' 이야기 속 주인공이기도 하다.
동박삭은 기원전 중국 한 나라 시대의 사람으로 풍자와 해학으로 유명한 문인이자 익살꾼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서왕모(중국 신화 속 여신)의 복숭아(반도)를 훔쳐 먹고, 삼천갑자(18만 년)나 살았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세 노인의 허세 섞인 나이 자랑을 담은 '삼인문년'은 19세기 후반에 유행한 화제로,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버릴 게 없는 뽕나무
수분과 비타민, 식이섬유가 풍부한 복숭아도 좋은 과일이지만, 약재의 측면에서 보자면 뽕나무는 그야말로 버릴 것 하나 없는 훌륭한 자원이다.
뽕나무 가지(상지), 잎(상엽), 뿌리 껍질(상백피), 열매(상실)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한약재이다. 이외에도 동의보감에서는 뽕나무가지 달인 물, 뽕나무가지차(상지다), 뽕나무 태운 재, 뽕나무 잿물 등을 소개한다.
더불어 뽕나무와 관련 있는 동식물도 약으로 쓰는 것들이 많다. 그 중 뽕나무 겨우살이(상기생)가 대표적이며, 뽕나무 버섯(상목이), 뽕나무 이끼, 뽕나무 좀벌레, 뽕나무 위에 있는 달팽이까지 다양하다.
누에가 먹고 자라는 뽕잎은 햇볕에 말린 것을 약재로 사용한다. 냄새는 거의 없고, 맛은 덤덤한 편이며 조금 쓰고 떫다. 찬 성질을 가져서, 열이 나고 목이 아프며 마른 기침이 날 때, 두통이 있을 때 좋다. 어지럽거나 눈이 충혈되고 아플 때도 활용할 수 있다.
뽕나무 열매는 오디, 상실, 상심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달고 신 맛이 있다. 잎과 마찬가지로 성질은 차다. 피와 진액(체액)을 보충해주는 효능이 있어, 뽕잎보다 좀 더 보약에 가깝다. 노인성 변비 혹은 관절이 뻑뻑하고 움직임이 부드럽지 않을 때 사용한다. 뽕나무 열매는 그대로 생것을 먹기도 하지만, 즙을 꿀과 함께 끓여 걸쭉하게 졸인 상태로 보관하여 먹을 수도 있다.
이 밖에 뽕나무 가지는 관절염 특히 팔이 아프고 저릴 때 좋으며, 뽕나무의 뿌리 껍질은 천식을 억제하고 부기를 가라앉히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이 정도면 뽕나무는 누에 못지않게 사람에게도 이로운, 고마운 나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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