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조도(부분)이영윤, 비단에 채색, 53.9 x 160.6 cm
국립중앙박물관
죽림수 이영윤(1561~1611)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화조도이다. 이영윤은 학림정 이경윤의 동생으로, 왕실의 종친이다. 죽림수는 봉호(왕이 봉하여 내려 준 호)로, 형인 이경윤은 처음에 학림수에 봉해졌다가 학림정으로 승격했다.
이경윤은 절파 화풍을 대표하는 화가로, 16세기 후반 조선 중기 화단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절파는 중국 명대의 화파로, 복잡한 구성과 거친 필치가 특징이다. 이경윤은 산수인물화, 영모화를 잘 그리고, 이영윤은 화조화, 영모화에 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영윤의 화조도는 사계절을 8폭 병풍에 그린 것으로, 위 그림은 여름의 풍경을 담은 것 중 하나이다. 위아래로 긴 구성 중 일부로, 아래쪽에는 원앙 한 쌍이 있다. 화면은 위쪽부터 소나무와 새, 바위에 핀 꽃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 중 하얀 꽃과 주위를 둘러싼 푸른 잎이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 여름의 싱그러움이 잘 나타난 대상이 아닌가 싶다.
이 하얗고 어여쁜 꽃은 치자나무의 꽃이다. 치자나무는 높이 1~2m의 상록관목으로 꽃은 6~7월에 핀다. 그림 속 치자 꽃은 5장의 꽃잎으로 표현되었으나, 실제 치자나무의 꽃잎은 6~7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