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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부분의 선진국은 '만6세 입학'일까?

OECD 회원국 89.5% ‘만6세 이상 취학’... 학자들 “만5세 초등교육은 뇌 손상 가능성” 지적

등록 2022.08.02 13:12수정 2022.08.0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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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등 42개 시민·교원단체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만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 및 집회’에 참석해 교육부의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 추진을 규탄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등 42개 시민·교원단체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만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 및 집회’에 참석해 교육부의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 추진을 규탄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 2021을 보면, 38개 회원국 중 초등학교 입학연령이 '만6세 이상'인 곳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모두 34곳이다. 회원국의 89.5%가 '만6세 이상' 입학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책연구기관의 '만5세 입학' 포기 권고 이유

교육학자와 뇌 과학자들은 바로 '뇌의 비밀' 때문이라고 말한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은 2년간의 연구 끝에 정부에 '만5세 취학 학령제 포기'를 권고하며 다음처럼 밝혔다. 같은 해 나온 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보고서 <미래사회에 대비한 학제개편 방안(Ⅱ)>(연구책임자 박재윤)에 실린 내용이다.

"취학연령 인하 방안의 문제는 만5세 아동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을 때 적응력에 대해서 의견이 갈린다는 것이다. 아동들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이 과거보다 빨라진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변화가 만5세 취학을 가능하게 할 만큼 타당하게 변화한 것인지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 더욱이 대부분의 국가들이 만6세로 취학연령을 설정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만5세아의 입학을 허용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점에서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일괄적으로 만5세로 인하하는 방안은 문제가 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만5세아의 강제적 초등학교 취학제에 대한 본 연구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그 효과에 비하여 비용이 과다하며 특히 만5세아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잘 적응할 것인가에 대한 증거가 아직 불충분하다. 따라서 만5세아 초등학교 취학제는 보류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바로 만5세 아동의 뇌 발달 정도에 대한 우려가 '보류'의 주된 이유가 된 것이다. 2010년 이미정 여주대학 교수(보육과)가 발표한 <초등학교 만5세 조기 취학안에 대한 고찰> 논문엔 아동 뇌 발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교수는 해당 논문에서 "선행연구 결과에서 볼 때, 조기취학한 만5세아가 만6세아보다 초등학교 적응에 문제를 가질 가능성이 많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다음처럼 설명했다.

"행동을 조직하고 계획하는 일에 관여하는 뇌 영역은 전두엽인데, 전두엽 영역의 활동은 3~6세 사이에 급격히 발달한다. 따라서 아직 전두엽 발달이 충분하지 않은 만5세에는 초등학교의 형식교육(교사의 지시에 따른 인지적, 행동적 과제제시에 따른 학습)을 받기에 발달적으로 적절하지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교육학자들은 대뇌의 앞부분인 전두엽이 가장 빠르게 발달하는 만3~6세는 전두엽이 발달할 수 있도록 암기교육이나 반복학습이 아닌 놀이중심 교육을 권고하고 있다. 암기교육이나 반복교육은 전두엽이 발달한 초등학교 시기(만6~12세)에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두엽이 크게 발달하는 만5세 유아에게 두정엽과 측두엽 발달에 기반을 둔 초등교육 내용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은 개인의 두뇌발달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특정 뇌기능은 적절한 자극에 의해 발달 확장하지만 부적합한 자극이나 과잉자극에 의해서는 크게 손상받기 받기 때문에 만5세 유아에 대한 초등교육 실시는 아동 발달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스페인과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초등학교 취학 연령이 낮을 때보다 높을 때 긍정적 효과가 더 많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면서 "만5세아 조기입학안은 해외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심지어 만5세 (초등학교) 입학체제를 취하는 영국조차도 만6세 이후의 입학이 조기입학보다 아동의 발달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긍정 효과를 지닌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는 점을 정책결정에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만5세 입학 불가능... 국내와 국제 학계에서 검증 끝났는데, 왜 또?"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당·정 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당·정 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결국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만5세 조기 입학제'를 깨끗이 포기한 바 있다. 바로 학자들이 제기한 만5세 아동 '뇌의 비밀'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손혜숙 한유협(한국전문대학교유아교육과교수협의회) 회장은 2일 <오마이뉴스>에 "전두엽 발달 특성상 만5세 유아들은 초등학교에서 1교시 40분 동안 집중력 있게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이것은 학자들은 물론 조기입학을 거부하는 학부모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5세 입학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국제 학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검증이 끝났는데, 현 정부가 이 문제를 다시 갑자기 들고 나온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만5세 입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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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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