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금바리의 미끼, 잔챙이 벵에돔다금바리 배를 가르니 미끼로 썼던 벵에돔 잔챙이가 나왔다.
신병철
그러나 어제 다금바리의 공격을 당한 곳엔 파도가 잔잔하다. 계속 오른쪽 물통에서 큰 벵에돔을 기대하며 낚시를 던진다. 중간쯤 되는 놈이 잡혔다. 그런데 그놈의 몸에 이빨자국이 나 있다. 그렇다면 이곳에도 다금바리가 있다는 말씀? 부리나케 3호대 낚싯대를 편다. 살림망에서 싱싱한 벵에돔 한 마리를 꺼내 윗지느러미에 낚시바늘을 끼워 던졌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소식이 없다. 꺼내 봤다. 그대로다. 다시 던지고 낚싯대를 바위에 걸쳐 놓고 1호대로 벵에돔 낚시를 계속하였다. 성과가 없다. 왼쪽 물통에도 물이 많이 들어왔고, 파도도 일렁이고 있었다. 자리를 옮길 시각이 되었다. 다금바리 낚싯대를 들었다. 처음에는 가벼웠다. 곧 휘청했다. 다금바리가 덮친 것이다. 낚싯대를 드니 미끼 벵에돔이 위로 올라왔고, 그것을 덮친 것이다.
낚싯대도 낚싯줄도 튼튼하니 걱정없이 힘껏 당겼다. 올라오는 듯 하더니 곳 빠지고 말았다. 미끼 벵에돔은 없고 낚시바늘이 올라왔다. 낚시 바늘이 제대로 걸리지 않았던 것 같았다. 오른쪽 물통에도 다금바리가 있다는 알았다. 새로운 잔챙이 벵에돔 등짝에 낚시 바늘을 정성껏 끼우고 오른쪽 물통에 던졌다. 밑밥도 충분히 뿌렸다.
왼쪽 물통에 물이 들어와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다금바리 낚싯대는 바위에 걸쳐 놓고 왼쪽 물통에서 벵에돔 낚시를 했다. 중간치가 곧 잡혔다. 6물 들물의 위력이 나타나고 있었다. 파도가 심해지고 낚시 환경이 좋아졌다. 파도가 뒤집어지는 곳에 밑밥을 치고 낚시를 던졌다. 큰 놈이 올라왔다.
오른쪽 물통의 다금바리 낚싯대를 쳐다보았다. 약간 바다쪽으로 들어가 있고, 낚싯줄이 팽팽했다. 혹시? 살그머니 들어보니 묵직하다. 낚시 바늘이 걸리라고 힘껏 챘다. 대단한 힘을 쓴다. 밀고 당기기를 한참, 곧 누런 배를 드러내고 커다란 다금바리가 보였다.
왼손으로 낚싯대를 잡아 다금바리를 견제하고, 오른손으로 뜰채를 푼다. 쉽지 않다. 겨우겨우 뜰채를 바다에 드리워 다금바리를 담기 위해 애쓴다. 파도가 밀려와 실패하기를 서너 번, 결국 뜰채 안에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
정말 묵직했다. 세상에! 작전을 세워 다금바리를 잡다니! 벵에돔 낚시하다가 눈먼 다금바리를 잡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큰 놈은 처음이었다. 온 세상이 내 세상 같았다. 벵에돔 미끼는 삼켜버렸고, 낚시바늘이 입 천정에 걸려 있었다. 다금바리 입은 거대하다. 이빨은 날카롭기 짝이 없다. 낚시 바늘을 뺄 방법이 없다. 줄을 잘랐다.
그런데, 꼬리 지느러미가 없다. 무슨 이유인진 알길이 없다. 상처는 다 아문 것 같았다. 다금바리는 영역이 있어 한 마리 잡으면 더 이상 같은 장소에서는 잡히지 않는단다. 3호 낚시대를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