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문화 행사, 내가 <수선화에게> 시 낭독한 사연

사람들 앞에 나가 시 낭송을 하다... 군산 문화 야행, 27일까지 3일간 진행

등록 2022.08.28 20:54수정 2022.08.2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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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시 낭송 행사장 봄날의 산책,  팽나무 아래서 시낭송 행사를 했다.

시 낭송 행사장 봄날의 산책, 팽나무 아래서 시낭송 행사를 했다. ⓒ 이숙자

 
a 어린이 바이올린과 첼로 공연 어린이들 바이올린 첼로 공연

어린이 바이올린과 첼로 공연 어린이들 바이올린 첼로 공연 ⓒ 이숙자

 
군산 문화 야행에서 내가 시를 낭송했다. 정호승 시인의 시인 <수선화에게>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오면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는 이 시를 좋아한다. 시의 내용 중, 특히 '사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군산 문화 야행은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었다. '지붕 없는 야외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원도심 내 문화재와 문화재 사이를 이어주는 거리 프로그램 등 지역의 예술단체와 시민이 함께하는 50여 개의 전시, 공연, 체험 프로그램이 현장과 온라인 등에서 추진됐다. 거리마다 청사초롱이 걸려 있고 일본 식 기와집이 많은 월명동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예전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다.

군산 문화재 야행은 근대문화재가 밀집된 군산지역 영화동 월명동을 중심으로 하며, 2016년부터 야행 행사 때만 군산의 특색 있는 역사 문화재 개방을 한다. 평소 접근이 제한되던 문화재도 야행이 시작하는 행사에는 관람할 수가 있어, 가족들과 관광객들에겐 여름 끝자락 밤의 낭만을 즐기며 추억을 쌓을 좋은 기회다.

특색있는 시 낭송 대회
 
a 시 낭송 행사장 팽나무 아래 잔디위에서 모인 사람들

시 낭송 행사장 팽나무 아래 잔디위에서 모인 사람들 ⓒ 이숙자

 
월명동과 접하고 있는 말랭이 마을 봄날의 산책에서는 이번에도 야행 행사의 일환으로 시 낭송 대회가 열렸다. 이번이 2번째인 시 낭송 대회는 처음과는 차별화된 행사였다. 어린이들이 대거 참석을 하여 시를 낭송도 하고 낭독하며 바이올린과 첼로도 켜는 멋진 공연을 보여 주었다. 아직 어린 나이라서 그런지, 낭랑한 목소리로 시를 읽고 수줍어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보기가 참 좋다. 계속 이렇게 따뜻하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자라주기를 희망해 본다.

역시 행사장에는 아이들이 있어야 생동감이 있다. '봄날의 책방' 아래 잔디밭에는 노란 우산이 펼쳐져 있고 귀뚜라미 소리는 왜 그렇게 크게 울어 대는지, 나는 지금껏 이토록 큰 소리로 우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마치 시 낭송 배경 음악처럼 들린다. 바람은 어느 결에 선선한 가을바람이다. 정말 시와 바람과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가을의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막바지 여름밤의 모기가 시샘을 하나보다. 아름다운 시어들에 사람들은 감동하고 마음은 고요해지는데, 잔디와 어둠이 내려앉은 의자 밑 모기들이 극성을 부린다. 모기약 피워 놓았지만 사나운 모기는 약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책방지기 남편은 여기저기 모기 불을 피워 모기를 좋고 있다. 연기는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마치 옛날 시골집 마당에 멍석을 깔아 놓고 가족들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모습처럼 정겨웠다. 


아름다운 시가 있고 사람들의 옛 추억들이 소환되는 이 가을밤이 멋지고 근사하다. 모두들 자기 마음 속에 자기만의 추억을 하나 둘 묻어 놓지 않는가.

가을이 오는 길목, 시 한 편을 낭송하며 추억을 남긴다. 남편과 동생이 함께 해 주고 익산에서 오신 파랑나비 작가님까지 응원해 주어, 내게에는 더 빛나는 밤이 되었다. 사람은 역시 어울려 살아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낭송하는 시가 가슴을 촉촉이 적셔 준다. 시를 낭송하고 지역 주민과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멋진 하루를 보내고 추억을 쌓는다.
 
a 모깃불 모기가 많은 행사장에 피운 모깃불

모깃불 모기가 많은 행사장에 피운 모깃불 ⓒ 이숙자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봄날의 산책 #시 낭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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