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보이는 건물이 대구 수돗물의 원수를 취수하는 매곡취수장. 원수가 육안으로 보기에도 이렇게 녹조로 가득하니 정수한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되는 게 아니겠는가.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가가 한 일이라곤 단지 '괜찮다'는 말뿐이었다. 관계자들은 "고도정수처리를 하니 괜찮다. 녹조는 100% 걸러진다. 그러니 안심하라"는 취지의 말을 되풀이했는데, 단지 그 말뿐이었다.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오직 그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 괜찮다는 그 무책임한 말로 영남인을 몰살시키려 하는가? 수돗물에서 버젓이 녹조 독이 나오는데도 괜찮다는 말만 외칠 뿐, 국가가 한 일이 도대체 무엇인가?
사람들이 아프고, 죽고 난 후에야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지금 당장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말 손쉬운 대책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번 여름에 직접 목격했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여니까 녹조가 낙동강에서 줄어드는 것이 확연히 입증됐다.
보의 수문을 너무 늦게 여는 바람에 강에서 흘러간 녹조 독이 바닷가와 해수욕장까지 오염시키는 등의 새로운 피해를 야기하기도 했지만, 수문을 열자 낙동강은 지금 녹조가 거의 대부분 사라진 상황이다.
따라서 녹조가 창궐한 후 수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녹조가 창궐하기 전에 수문을 열어놓는다면 낙동강에서 녹조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이미 수문을 연 금강과 영산강에서 똑같이 목격된다. "고인 물은 썩는다" "강은 흘러야 한다"는 경구가 있듯이, 흐르는 강은 강 스스로가 강물을 정화시키면서 흘러가게 마련이다.
보의 수문을 활짝 열어 낙동강이 흘러가게 되면, 천연 수질정화 필터인 모래톱이 돌아올 것이다. 수위가 낮아진 강에서는 각종 수생식물들이 자라나 거대한 습지를 형성할 것이고, 강바닥 청소부 역할을 하는 각종 저서생물들이 돌아와 강바닥을 정화시켜줄 것이다.
이들이 천연 수질정화 필터 역할을 해서 강은 스스로를 치유하면서 맑고 건강한 강으로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서는 녹조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된다. 하루빨리 보의 수문을 여는 것만이 낙동강에서 녹조를 종식시키는 가장 빠른 길이란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수문을 열기 위한 선결조건, 취양수장 구조를 개선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