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기스시를 거쳐 초이발상까지 가려다 중도에서 야영텐트를 친 일행 모습. 아침 일찍 일어나니 몽골초원의 주인인 말들이 구경하러 왔다.
오문수
브라질 아마존 한 가운데에 깊은 정글이 있고, 북극에 훼손되지 않은 툰드라가 있다면 몽골 동부에는 또 다른 생태계를 품은 스텝지대가 드넓게 펼쳐진다. 몽골 동부에는 끝없는 밀경작지와 몽골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유전지대도 있다.
몽골 서부에 아름다운 경치와 볼거리가 있다면 동부는 승용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도 지평선이 끝없이 이어진다. 몽골 동부를 돌아보니 아름다운 경치를 보기 위해서 몽골 동부여행을 선택할 여행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
헤아려보니 2018년 필자가 몽골 여행을 시작한 이래 다섯 번 여행한 길이가 3만 킬로미터쯤 된다. 한반도의 8배 크기에 달하는 몽골의 동서남북과 4계절을 경험해보았고 몽골 21개 아이막 중 19개를 돌아보았다.
볼거리와 놀거리 먹거리를 찾는 관광지와는 멀 것 같은 동부임에도 불구하고 안동립 대표와 필자가 몽골동부여행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한국인의 뿌리가 숨어있다는 자료를 보고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인터넷과 백과사전을 찾으면 관련 자료가 널려 있는데 굳이 시간을 낭비하고 경비를 들여서까지 현지를 찾아갈 필요가 있느냐고.
뇌과학자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는 "우리 인간은 분산지능으로 이뤄졌기에 마음은 뇌만의 작용이 아니라 온 몸의 작용이다"고 했다. 맞는 얘기다. 현장을 찾지 않고 논문이나 학술서적만 읽으면 현장에서 풍겨오는 정확한 분위기와 맛이 나지 않는다.
현장을 보고 나면 현장이 주는 감흥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물론 시공간의 한계와 학술 연구에 바탕을 두지 못한 한계는 있어도 책상머리에서 글 쓰는 탁상공론에서는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