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향유해야 하지만 인권침해 기술은 금지해야"

등록 2022.10.14 16:11

수정 2022.10.14 17:10

▲대전광역시와 대전시인권센터가 14일 오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2022 대전세계지방정부연합(UCLG)총회 대전트랙 연계행사로 '신기술과 인권'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장재완

과학기술의 혜택은 충분히 향유해야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과학기술은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전광역시와 대전시인권센터는 14일 오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2022 대전세계지방정부연합(UCLG)총회 대전트랙 연계행사로 '신기술과 인권' 포럼을 개최했다.

카이스트 박경렬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준일 교수의 '신기술과 인권–인공지능을 중심으로'라는 내용의 주제발표와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 ▲손화철 한동대학교 교수 ▲전현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등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날 주제발제에 나선 이 교수는 "인공지능과 같은 과학기술도 인간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과학기술이 단지 인간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과학기술 자체를 전면적으로 거부할 수는 없다"며 "인공지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과학기술은 인간에게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학기술이 주는 혜택을 충분하게 활용하고 향유하면서도 과학기술이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태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관리와 통제를 위해 과학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의 유무와 정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평가하며 '사소한 위험', '치명적 위험', '상당한 위험', '일정한 위험' 등으로 구분,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소한 위험을 초래하는 과학기술은 완벽하게 허용하면서도 인간의 생명이나 건강 또는 재산에 대한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해 인간의 존엄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치명적 위험을 초래하는 과학기술은 절대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상당한 위험은 일정한 제한과 통제를 조건으로 허용하고, 일정한 위험은 사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사용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이 교수는 끝으로 "이러한 과학기술이 인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위험)을 사전 평가할 수 있는 '인권영향평가제도'의 실행과 사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감사(실사)제도'의 실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제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신기술 환경과 개인정보자기결정 및 신기술과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첨단기술과 인권이 만나는 지점에 대해 토론했다.

또한 토론자들은 인권을 통해 구현되는 인간의 존엄성은 실제로 주어진 사실이 아니라 당위적으로 실현해야만 하는 규범이므로, 인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인간이 존엄한 존재로 살아가는 현실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했다.

대전시 임묵 행정자치국장은 "이번 인권포럼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정보인권 침해에 대해 살펴보는 자리로, 사람과 과학의 상호작용 관계에서 인권침해 현황과 대책, 정책의 실효성 등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첨단 정보사회를 살아가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