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윤성효
"참담하다. 자식까지 잃고 만든 법인데 위헌 주장을 하니 기가 막힌다."
창원 두성산업이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신청을 하자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밝힌 말이다.
김 이사장은 18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두성산업,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법률심판 신청 문제점과 영향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했다.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에서는 지난 2월 유해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하면서도 국소배기장치 등 안전장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 16명이 급성중독으로 독성간염에 걸리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 조사를 거쳐 검찰은 두성산업과 대표이사에 대해 지난 6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는 올해 1월 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래 첫 기소였다.
그런데 두성산업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 13일 창원지방법원 담당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이 법의 위헌 여부는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가 가리게 된다. 두성산업 측은 이 법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위배, 과잉금지원칙 위배, 평등원칙 위배를 주장했다.
지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아들(김용균)을 잃은 김미숙 이사장은 "산업 현장의 안전 예방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이 만들어져 있었지만, 처벌도 없고 안전조치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기업들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법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영국에서는 관련 법을 만들어서 죽음을 막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나서서 만든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며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만나서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저뿐만 아니라 유족들의 모임이 나섰다"라고 했다.
이어 "저는 우리 아들이 죽기 전에는 많은 산재사망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라와 기업이 산업 안전을 방치한 결과로 매년 2400명이 사망했다"며 "대한민국에서 부당한 일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이 피눈물을 삼키면서 더 이상의 산재사고를 막겠다고 해서 겨울에 단식까지 하며 만든 법"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당시 국민 70%가 찬성해서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법 제정의 취지는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숭고한 생각이었다"며 "그런데 위헌 신청을 하니 너무 기가 막힌다. 기업들이 여전히 생명, 안전을 위한 조치보다는 처벌을 피하기 위한 수단에 신경을 쓰고 있다. 거의 말장난에 지나지 않고, 여론몰이하는 수작이다"고 했다.
또 그는 "법을 만들어 놓았지만 산재사망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기업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며 "기업은 이번 기회에 법 적용을 완화하고, 처벌을 피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아들의 죽음과 관련한 태안화력 관계자 재판에 대해, 김 이사장은 "1심에서 대표이사가 무죄를 받았다. 그것은 위험한지 몰랐다는 게 이유였다"며 "몰랐다면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김미숙 이사장은 "우리는 누군가 사람을 죽이면 처벌이 세다. 그런데 기업에 대해서는 아주 너그럽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아무런 하자가 없다. 산재사망하면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며 "우리가 뭉치고 합심해서 다 같이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