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인권센터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인권의 목소리를 확산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했다.
다산인권센터
더 많은 인권의 목소리가 필요한 시대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타인과의 소통을 책임지던 채팅, 돈을 보내고, 물건을 사고, 이동하고, 여가를 즐기던 모든 일이 순식간에 멈춰 버렸다. 정부는 재난문자 등을 통해 주요 서비스 복구 상황을 알렸다.
디지털 재난이라고 해야 할까. 자주 쓰던 온라인 서비스의 중단 사태와 그로 인한 피해를 지켜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온라인 서비스에 기대어 살았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기업은 편리와 편의를 추구하며 문어발식으로 확장했다. 어플 하나, 동일한 아이디 하나면 일상의 모든 것이 손쉽게 움직였다.
그 편리함은 우리 삶 깊숙한 곳으로 스며들었다. 기업이 멈추면 일상이 멈추는, 거대한 기업에 삶의 일부분을 의탁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편리함과 편의는 더 쉽고, 더 빠르고, 더 값싸게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적은 돈을 들여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우리의 일상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과 운영에서도 그것은 너무 쉽게 받아들여졌다. 적은 비용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고효율을 내기 위해 위험은 노동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 최근 혼자 작업장에서 일하다 숨진 SPL 노동자 사망사고가 그렇고, 몇해 전 저비용의 자재를 사용해 큰 피해를 만들었던 물류창고 화재 참사가 그러했다.
노동자가 사망한 현장에서 또 다른 노동자는 작업을 위해 기계를 돌리는 비현실적인 세상이 바로 우리 사회의 모습이 돼 버렸다. 편리와 이윤을 추구하는 시대에 사람의 생명은 너무도 쉽게 잊혔다. 안전과 생명, 권리가 보장받지 못하는 시대, 사람에 대한 존중과 인간의 존엄성을 이야기하는 인권의 가치가 중요한 시점이다.
다산인권센터는 지난 30년 동안 인간의 존엄, 생명과 인권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왔다. 다산인권센터가 처음 만들어지던 1992년부터 시국사건, 국가보안법, 해고 노동자, 경찰의 가혹행위와 국가 폭력 등 우리가 만났던 사건들을 인권으로 설명해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저 어려운 시대 속에서 누군가 겪었던 어쩔 수 없던 불운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며 인권의 문제라는 것을 이야기했다. 모두의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을 꿈꿨다.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인권교육을 하고, 인권침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인권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확산됐다. 모두가 인권을 이야기하는 시대가 됐지만 오히려 우리 사회 인권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나의 권리를 앞세워 타인의 권리를 배제하고. 세대·젠더·사회적 신분 등을 나누고 갈라치는 정치가 힘을 얻고 있다. 폭염, 폭우 등 재난으로 많은 사람의 목숨이 위태롭고, 힘없고 가난한 이들에게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오는 불평등의 시대를 경유하고 있다.
하루 평균 5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터의 산업재해로 퇴근하지 못하고, 경쟁과 이윤 앞에 모든 권리가 무너지는 시대. 어쩌면, 30년 전보다 인권을 힘주어 말하는 활동이 필요 때가 아닌가 한다. 다산인권센터가 인권운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이다.
멈출 수 없는 우리는 세상과 불화하며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