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다만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는, (MBC가) 우리 국가 안보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써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
지난 18일 출근길 문답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배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위와 같이 밝혔다. 행정부의 수반이, 전 국민이 지켜보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아주 정확하게 특정 보도와 언론사를 적시하며 그를 '가짜뉴스' 및 가짜뉴스를 조작하여 퍼뜨리는 주체로 단정한 것이다(관련 기사:
윤 대통령 "MBC 동맹관계 이간질, 가짜뉴스로 '악의적 행태' 보여"). 대통령실은 21일엔 아예 '재발방지안' 마련을 말하며 출근길 문답을 중단하겠다고 알렸다.
'가짜뉴스'는 윤리적 비난은 물론이고, 사안에 따라서는 민형사상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범법 이슈에 해당된다. 특히나 사건이나 현상에 관한 팩트를 대중에게 전달해야 하는 언론사에게는 매우 치명적 비난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발언을 접한 MBC 기자가 "뭐가 악의적이었느냐"라고 추가 질문하며 답을 요청한 것은 자연스러웠다. 아무리 집무실로 향하는 대통령에게라도 말이다.
더불어 검사 출신 대통령에게서 '헌법수호'가 등장한 이상, 이는 전용기 탑승 배제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언론사의 기자는 침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악의적이란 말이죠?"라는 질문으로 대통령의 뒤를 따르던 기자에게, 언론계 선배 이기정 비서관은 "(대통령) 말씀하시는 거 끝났잖아"라며 막아섰다.
집무실로 올라가는 대통령에게 왜 불손하게 질문을 던지느냐는 불만과 함께였다. 질문을 받지 않는 것도 대통령의 '자유'지만, 질문을 하는 것도 기자의 '자유'임에도 말이다. 기자는 곧바로 비서관에게, "무엇이 악의적인가?" "악의의 근거로 말하는 가짜뉴스는 무엇인가?" "영상에 다 있는데, 뭘 어떻게 조작했다는 말인가?"라는 상식적 질문을 던진다. '가짜뉴스'라는 엄청난 용어를 공개 석상에서 던지며 기자와 언론사를 파렴치범으로 만들었으면, 최소한 그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내놓으라는 요구였다.
한 언론사를 '가짜뉴스', '악의적 행태'라 단정... 근거 묻자 돌아온 답은
"무엇이 조작이라는 거죠? 분석했다면서요? 그럼 증거를 내놔보세요." (18일 당시 MBC 기자)
악의적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비난의 '근거'가 무엇인지 묻는 것은 매우 상식적이다. 만약 대통령실 주장이 사실이라면, 비서관이 "알겠습니다. 근거를 곧 보내드리죠"라고 하면 모든 게 끝날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식적인 요구에 비서관은 "그러니까 보도를 잘하세요. 정말..."이라며 자리를 떴다. '가짜뉴스' 보도와 '조작'에 대한 근거를 달라고 했더니, "보도를 잘하라"는 답만을 하고 대화를 끝낸 것이다. 매우 이성적이고 논리적 요구(증거를 보여달라)에, 너무나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답(보도를 제대로, 잘하라)을 내놓았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대통령실이 설정한 프레임인 '악의적'이란 단어는 고스란히 대통령실에 돌려주는 게 맞아 보인다. 한 언론사를 비난하고, 고발하고, 몰아붙이면서도, 판단에 대한 근거는 끝내 내놓지 않는 행동이야말로 너무나 정확하게 '악의적'인 게 아닌가.
MBC 기자의 "무엇이 악의적이란 말인가?"라는 외침에, 역시 기자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MBC는 이래서 악의적이다"라며 10개 조항을 서면 브리핑으로 내놓았다. 공영 언론에 대해 악의적이라는 주장과 근거를 제공하셨으니,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의 일인으로 맞브리핑을 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내용의 불합리성과 비논리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해 보려는 것이다(관련 기사:
"뭐가 악의적?" MBC 질문에 대통령실이 내놓은 10가지 이유).
부대변인 서면 브리핑 내용 들여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