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란탁 트인 공간과 다소의 소란스러움이 과거를 떠올리기에는 더 좋다.
민영인
현재 산엔청복지관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구정란(54)씨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산청읍 내리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지금까지 산청을 떠난 적이 단지 7개월뿐이라고 한다. 먼저 그녀는 자신의 여고 시절을 갈등과 반항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가정형편 때문에 인문계로 진학해서 교육대나 사범대를 가서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소녀의 꿈은 현실의 벽에 부딪쳐 상업계로 가며 좌절되고 말았다.
다행히 방황의 시기에 손을 잡아준 선생님들이 있었다. 한문과 전산을 담당했던 신동철 선생님,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안경까지 맞춰주신 2, 3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김영란선생님, 국어 선생의 꿈을 갖도록 영향을 주신 차봉희선생님(올해 9월 돌아가심) 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런 선생님들 덕분에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상업계 고등학생들의 경연인 주산, 부기, 타자 등의 경남경진대회에서 상업영어 부문에서 1등을 할 수 있었다. 당시 입상자들에게는 졸업 후 은행 등 금융기관 입사에 특혜가 주어졌다. 그러나 막상 졸업 시기가 되자 구정란씨는 대학을 갈 수 없다는 현실에 대한 반항심의 표출로 학교에서 금융기관 추천을 했지만 마산에 있는 일반 기업에 취업했다.
그리고 8개월이 지난 어느 여름날,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데 김영란 선생님이 농협 입사지원서를 들고 기숙사로 찾아왔다. 이렇게 하여 산청을 떠난 8개월의 반항은 막을 내리고 다시 산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산청의 딸이라는 무한 자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