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다큐 속 한 장면.1학년 백일잔치. 같은 건물에 사는 대형견 천둥이가 1학년 100일을 축하해주러 내려왔다. 마을 방과후는 이렇게 마을 이웃들 품에서 함께 한다.
박홍열
그런 사람이 2022년 백수가 되었다. '비자발적 실업자'라고 해야 하나. 다니고 있는 조합이 해산하기로 결정했고 그 결정에 따라 나의 배우자는 2021년 공동육아 초등 방과 후에서 마지막 해를 보냈다. 지역의 아이들이 줄어들고, 조합원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그리 결정되었다고 한다. 처음 배우자에게 조합이 해산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땐 '그동안 힘들었으니까 이젠 좀 정리하고 쉬는 게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그리고 그 다음엔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든 것 같다. '실업자'라는 충격이 아니라 내가 속해있는 곳의 현실을 자각하면서 생긴 깨달음이랄까.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가 이렇게 영향을 줄 줄이야. 20여년이나 된 조합이 이렇게 해산하게 될 줄이야. 지금껏 지내왔던 시간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릴 줄이야. 줄이야. 줄이야....
배우자가 있는 조합이 해산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기 일 년 전쯤부터인가 여러 곳의 공동육아 방과 후에서 신입생모집에 애를 먹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아이들 수가 적어지기도 하고 조합방식을 어려워하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규모가 줄어드는 터전을 옆에서 종종 보게 된 것이다.
배우자의 조합도 몇 해를 걸쳐 그런 수순을 밟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롤 모델 삼고 있던 방과 후가 공동육아를 탈퇴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경력교사들이 대거 근무하고, 역사도, 규모도 큰 터전이었던지라 조그만 방과 후나 다른 교사들이 많이 의지하며 바라보던 곳이었는데 탈퇴라니 적잖은 충격이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들이 머릿속에서 모아지니 나의 생각은 한껏 복잡해졌다.
공동육아 초등방과후의 미래는 무엇일까? 결국 해산을 하거나 탈퇴를 하고 각자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모습을 바꾸는 게 바라보는 미래인 건가? 그 곳의 교사는 어떤 모습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