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칠보산 해질무렵 때마다 다른 빛깔의 하늘,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박미연
딸아, 미안해!
사회초년생인 딸에게 어떤 축하 메시지를 띄울까? 마음속에 담아둔 채 못다 한 말을 고백하고 싶었다. 자판을 두드렸다.
희진(가명)아,
생일 축하해!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나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너에게는 늘 부족한 엄마였던 것 같아. 난 인생에 정답이 있는 줄 알았어. 그 정답대로 살면 잘 살 거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너에게도 요구하며 너를 힘들게 했던 것 같아. 근데 인생에 정답은 없더라. 그냥 나답게 사는 게 정답이라면 정답이랄까.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정답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
그래서 말인데 희진아, 이제는 너답게 살길 바라. 사회적 통념이나 관습에 매이지 말고,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인생의 모험을 과감하게 즐기면서 말이야. 다른 사람의 칭찬과 인정, 사랑을 바라는 것, 그거 별로 좋은 것 아니더라. 어떨 때는 나답게 사는 데 큰 장애물이 되기도 하니.
에구구, 축하 인사가 설교 말씀으로 변하려 하니 이만 줄여야겠다. 마지막 한 마디, 난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야무지게 살아가는 모습이!
원고를 마무리했으니, 이제는 녹음 시작. 마음이 찡하다.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버벅거린다. 두 번째도 마찬가지. 매끄럽게 할 자신이 없어서 그중에 나은 것을 보내기로 한다. 다음날 가족들의 음성 메시지와 사진이 잘 버무려진 영상 편지를 먼저 우리들끼리 공유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게 완성본인 줄 알았는데 수정본이 당도한다. 아이들의 사촌 누나와 조카들이 보낸 축하 영상까지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아기들이 혀 짧은 목소리로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는 별미 중에 별미였다. 우리 집 막내가 그들을 섭외했다나.
옆지기나 아이들의 축하 메시지는 산뜻했다. 축하한다, 자랑스럽다, 응원한다, 힘이 되어줄게... 근데 나는 왜 거기에 미안한 마음까지 얹어야 했을까.
첫째 아이는 둘째랑 셋째랑 다르게 지극정성 공을 들여서 키웠다. 처음 해보는 엄마의 역할, 잘하고 싶었다. 반듯하게 키우고 싶은 만큼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아이를 엄하게 대했다. 안 되는 것이 많았던 것 같다. 이런 나의 양육 방식이 더 멀리, 더 높이 날 수 있는 아이의 날개를 자른 것은 아닐까. 마음 깊은 곳에 미안함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