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섯알오름 학살터1950년 8월 27일 새벽, 모슬포경찰서에 예비검속된 252명이 해병대 모슬포 주둔군 3대대에 의해 재판없이 총살되었다. 계엄군은 유족에게 시신 인도를 거부하고 해당 학살터를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하였다.
박광홍
제주도민이자 한국인 유학생으로서, 4.3에 관한 기억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일부 동포들을 마주하는 나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 없다. 4.3사건 당시 학살이 자행됐던 산과 폭포들에서 뛰놀며 자랐던 나 또한, 성장하고 나서 4.3의 진실을 알게 되고는 큰 충격을 받았던 바 있다. 자유롭고 정의롭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이, 무고한 민중의 피 위에서 세워졌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때의 대한민국과 다르다고 믿는 것으로 나는 일말의 애국심을 지켜왔다. 나는 일본에서 만난 4.3유족들을 향해 대한민국은 민주화 이후 변해왔노라고, 4.3에 대한 국가책임은 부정할 수 없는 명제로 자리잡았노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럼에도, 그분들은 대한민국이 변했다는 나의 말을 쉽사리 수긍하지 못하는 듯했다. 결국 나는 겉도는 이야기에 지쳐 그분들의 사고가 과거에 머물러있다고 단정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오늘, 뜻밖의 기사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게 된다.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이자 최고위원 후보인 인물이 제주도민들의 수난을 기리는 평화공원을 참배하고는 그 책임자로 '김일성'과 '북한'을 언급했다는 소식에, '대한민국은 변했다'고 강변하던 나의 혀가 부끄러워졌다.
남로당 계열 무장대 역시 폭력의 주체였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 양비론으로 당시를 평가하기에 군경 토벌대에 의한 범죄는 너무나도 압도적인 규모다. 4.3중앙위원회에 신고된 피해 사례들을 들여다보아도, 토벌대 학살에 의한 사망자는 86.1퍼센트에 달한다. 국가의 책임을 가리키는 이 명백한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는 이들이 대한민국의 정치사회 영역에 건재하다는 현실 앞에 깊은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6.25가 아니라 4.3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