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이정민 부대표가 내미는 봉투를 받은 해당 행정관은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유가족들은 각각 '공식 사과하라' '유가족 면담요구 수용하라' '이태원참사 특별법제정 결단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섰다. 주어는 모두 '대통령'이었다.
유가족들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은 대통령의 '결단'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이종철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특별수사본부의 부실수사와 국회 국정조사의 한계를 넘어 진실로 다가가려면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가 필요한데, 현 여당은 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면서 "여야의 특별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고, 이에 대통령에 면담을 요청하는 바이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공식 사과 없이는 유가족의 피해자 권리 회복은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종찰 대표는 서울시가 서울시청에 설치된 시민분향소에 대한 강제 철거 입장을 내놓은 것을 언급하면서 "공권력을 유족을 위협하는 협박 도구가 아니다"라면서 "애초에 대통령이 참사 책임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피해자 권리 보호에 나섰다면 정부 여당과 지자체장 등의 비상식적, 비인도적 태도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유가족들이 원한 것은 민원응대가 아니라 대통령의 답변이었다."
유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해 12월 16일 대통령 비서실에 전달한 유가족들의 요구 사안이 민원으로 처리돼 행정안전부로 이송된 사실을 강조하면서, 다시 한 번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유가족들이 원한 것은 위패 없는 분향소와 종교행사에 참여해서 형식적으로 사과하는 대통령과 책임자들의 모습이 아니라, 유가족들에게 직접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대통령의 모습이었다"면서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는 대통령으로서 유가족들의 면담 요구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