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 컵 순환 시스템 (출처 : 해피해빗 홈페이지)
해피해빗
우리 집에서 5분 거리에 스타벅스 매장이 있지만 아무리 기억을 복기해 봐도 그 매장엔 컵을 반납할 수 있는 기계가 없었다. 직원에게 문의하니 아직 전국적으로 도입된 시스템이 아니며, 에코 매장이 아닌 곳에서는 다회용 컵을 수거할 수 없다고 했다. 내가 이용한 스타벅스 기준 전국 매장 중 이 시스템을 도입한 에코 매장은 제주 전 지역과 세종 전 지역, 그리고 서울의 600개 매장 중 12곳 등 총 49개 매장 뿐이다(2023년 3월 2일 기준).
이는 2021년 11월 SKT와 정부, 서울시, 인천시, 스타벅스 등 60여개의 기관 및 업체가 참여 중인 '해피해빗'이라는 환경보호서비스 시스템으로, 이것이 도입된 매장에서만 반납이 가능했다. 그러니 단순히 스타벅스만의 문제라고 보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매장이었어도 마찬가지 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기업 차원에서 해피해빗을 전국적으로 도입하는 곳은 스타벅스 이외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마저도 전국에 49개 매장 뿐이고.
다회용 컵을 사용함으로써 일회용 컵을 줄이자는 취지는 높이 살만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지울 수가 없었다.
우선 세척 문제를 볼 수 있다. 수거된 컵은 전문 업체를 통해 애벌 세척 ⟶ 소독제 세척 ⟶ 자동고압기 세척 ⟶ 자외선 살균기 소독 ⟶ 잔여 세균검사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하지만. 그게 얼마나 깨끗하게 세척이 될까.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그저 믿고 가는 수밖에 없는 거겠지만, 글쎄.
그리고 원활하지 못한 반납 시스템. 무엇보다 사용한 다회용 컵을 반납할 수 있는 기계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사용된 컵은 반납이 되어야 순환이 이루어지고 결과적으로 환경보호가 되는 거겠지. 그러나 내 경우에도 세종에서 다회용 컵을 이용해 커피를 구매했고, 결과적으로는 타지역으로 이동하지 않았나. 이게 비단 나 혼자만의 문제일까.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지 않는 모든 테이크 아웃 이용자들이 해당 지역에만 머무를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그나마 내가 살고 있는 인천에서는 해피해빗과 함께 다회용 컵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마저도 아직까지 시범단계라 인천에서도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해당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다. 일부러 컵을 반납하기 위해 들고 나가야만 하는 불편함과 접근성 또한 매우 좋지 않다는 아주 큰 단점을 극복해야 반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당황스럽고 슬프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