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달살기 집.
최혜선
성별이 다른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자 방이 3개인 집으로 옮기려고 이사를 준비했다. 방이 하나 더 생기니 도배나 장판을 새로 하고 들어가면 별문제 없겠지 싶었던 안일한 생각은 곧 깨어졌다.
인테리어 공사 동의서를 받으려고 돌아다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다른 집이 사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남편이 방 하나 더 있어도 물건이 많으면 아무 소용 없더라는 무서운 얘기를 해줬다.
정신이 확 들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 번째는 집에서 쓸 컬러를 제한하는 것이었다. 기본은 흰색으로 하되, 가구는 옅은 우드로, 중문이나 폴딩도어의 프레임은 검은색만 쓰기로 했다. 그렇게 하니 남들은 몇 시간씩 걸린다는 인테리어 세부 항목을 고를 때도 범위가 제한되어 선택하기가 쉬워졌고 시각적 피로도가 줄었다.
둘째로 집의 공용 공간에 두는 물건의 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그 당시 우리의 모토는 '짐 앞에 장사 없다'였다. 으리으리 번쩍한 인테리어 디자인도 구질구질한 짐이 많으면 의미가 없다는 깨달음을 담은 구호였다. 부부가 서로 '이것 좀 버리지? 그런 건 사지 말지?' 견제하면서 많이 버리고 그걸 유지했다.
그렇게 거실에는 소파와 작은 책장 하나만 남겼다. TV는 없다(필요에 따라 이 방 저 방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는 모니터는 있다). 어차피 가족 구성원 모두가 모여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뭔가를 보는 일은 드물다. 각자의 기기로 자기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물건의 수를 제한해야 하니 하나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으면 싶었다. 부엌 공간이 작고 식탁은 집에 들어오면 바로 눈에 띄는 곳에 놓아야 하니 식탁 의자는 등이 없는 것으로 사서 쓰지 않을 때는 식탁 밑에 집어넣었다.
스툴형 의자는 때로 침대 옆에 차를 놓는 미니 탁자로도 쓰고 창가에 앉아 책을 볼 때 커피 한 잔을 올려놓을 보조 테이블이 되기도 한다. 식탁의자가 하루 24시간 그 용도로 사용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셋째로 집에 뭔가를 들이려면 하나를 버리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그래서 지금은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을 집에 들일 때는 돈도 돈이지만 다른 것을 비워서 그것을 놓을 공간을 먼저 만든 다음에 물건을 산다. 책도, 아이들 장난감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리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고, 물건을 둘 범위를 정하고 그걸 넘어가는 물건은 우선순위를 정해 처분했다.
이렇게 원칙을 정하고 부부가 합의하니 매일매일 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집은 일정 수준으로 유지가 되었다.
공용 공간은 그렇다 치고 아이들 각자의 방은? 눈을 감는다. 문을 닫는다. 가끔 에너지가 찰랑찰랑 넘칠 정도로 올라올 때 마음을 굳게 먹고 들어가 내보낼 만한 물건들을 물색해뒀다가 아이에게 물어보고 싹 치워낸다. 참고로 이번 주말에는 75리터 쓰레기봉투를 두 개 내보냈다.
후련해진 마음으로 곧 우리집 베란다 앞에 필 벚꽃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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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이 점점 좁아지는 생활, 이렇게 청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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