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혁 작가 작품 '해바라기'.
최미향
- 작업을 통해 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개인이, 자기가 처한 상황이 괴로운 이유는 어쩌면 자기 스스로가 상상했던 멋진 모습과 자기의 모습이 현실에서 일치하지 않기 때문 아닐까요? 저는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대하는 자세가 가벼웠으면 좋겠어요.
무겁게 세상을 바라보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에요. 우리 모두는 어차피 동등하잖아요. 누구 위에 있지도, 아래에 있지도 않고요. 자고로 세상은 이래야 되지 않아요? 계급, 성별, 학벌 모든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전. 그냥 한 인간만 있을 뿐이죠.
자기 자신의 거울을 볼 줄 모르는 사람에게 작업을 통해 본인의 행동이 얼마나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운지를 알려주고 싶어요. 남을 약 올리기 좋아하는 저의 눈에 들어온다면 악당을 무찌르는 히어로의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주겠어요. 마치 배트맨이 고담시민을 구하는 것처럼요."
- '나에게 그림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게 그림은 계륵(鷄肋) 같은 존재죠. 버리고 새로운 걸 하자니 딱히 할 게 없고, 돈도 안 되고, 그렇다고 그동안 했던 작업들은 아깝고, 그렇다고 또 없으면 심심하고 허전하고. 마치 그림은 풀리지 않는 공식을 푸는 느낌이 들어요. 모든 작업을 완성하고 보면 마치 유레카 같은 느낌은 있어요.
언제쯤이면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근사한 이유를 갖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전 아무래도 그럴만한 그릇은 아닌 거 같단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노인이 되어서 힘이 없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노후대책으로 국민연금보다는 쓸만해 보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