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 5월 1주차 여론조사의 대통령 지지율 설문지(출처 :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ARS vs. 전화면접 조사차이 무시하고, '응답률 트집' 또 등장
조선일보는 이어 "정당 지지율도 메트릭스가 연합뉴스·연합뉴스TV 공동 의뢰로 실시해 9일 발표한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30.2%였지만, 친야 방송인 김어준씨가 차린 '여론조사꽃'이 8일 발표한 ARS조사에선 52.7%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여론조사꽃'은 응답자가 단순히 번호를 눌러 대답하는 ARS조사와 면접원이 직접 응답자의 대답을 기록하는 면접조사를 동시에 실시하는 여론조사업체로, 같은 날 발표된 면접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43.2%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이처럼 조사방법의 차이를 설명하지 않고 여론조사업체 결과를 뒤섞어 단순 비교했습니다.
'응답률 트집'도 또 나왔습니다. 조선일보는 응답률이 "조사의 품질을 반영하는 척도 중 하나"라며 "응답률이 10% 미만인 조사는 2017년 대선에선 전체의 48.8%였는데 작년 대선에선 60%로 증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18.7%가 나왔다'며 부적절한 여론조사라고 앞서 지목한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 조사의 응답률은 16.3%로 매우 품질이 좋은 여론조사업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응답률보다는 조사시간이나 조사방법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은 사실입니다. 면접원이 직접 대답을 기록하는 면접조사보다 단순히 번호를 누르는 ARS가 정치 고관여층 응답률이 높고, 조사시간이 퇴근시간이나 휴일에 가깝거나 유선전화보다 무선전화 비율이 높아질수록 젊은 층과 직장인 응답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전화를 받지 않은 사람에게 다시 전화를 거는 콜백 횟수가 높아질수록 조사결과가 미리 설계된 표본에 가까워져 수학적으로 더 정밀한 값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의 차이는 대부분 이런 요인으로 생깁니다.
'반복적 여론조사'로 특정 여론 조성?
조선일보는 또한 "반복적으로 비슷한 내용의 조사를 실시해 발표하며 특정 여론을 조성하려는 듯한 경우도 있다"며,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의 역대 대통령 호감도 자체 조사결과 "2011년부터 전‧현직 대통령 호감도를 분기별로 40차례나 조사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23번 선두에 올랐다"고 비판했습니다.
비상식적 주장인데, '여론조사는 결과보다는 추세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입니다. 같은 업체가 같은 기준으로 장기간 여론조사를 할 경우, 추세를 파악할 수 있어 해석하기 더 좋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리서치뷰 역대 대통령 호감도 조사결과를 보면, 역대 대통령 호감도는 현직 대통령 평가에 큰 영향을 받는 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기간에는 박정희 대통령 호감도가 꾸준히 상승(2016년 12월 26%, 2021년 12월 34%)했다가 윤석열 대통령 재임 후인 2023년 4월에는 23%까지 급락했으며, 반대로 노무현 대통령 호감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호감도를 나누어 가지며 2017년 12월 20%까지 떨어졌다가 2023년 4월 30%까지 상승하는 흐름을 보입니다. 조선일보는 박정희 대통령이 호감도 1위였던 2018년 12월부터 2022년 5월까지는 한 번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공표불가' 여론조사가 진짜 문제, 조선일보 계열사도 자유롭지 못해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문제가 있는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심의를 통해 '공표불가' 처분을 내립니다. 조선일보는 여론조사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에서 이러한 '공표불가'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뻔합니다. 조선일보 계열사들이 의뢰한 여론조사가 전국단위 선거에서 '공표불가' 판정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