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선도로 변은석교 사거리 부근, 출판단지 주간선도로 역할을 하는 도로 변 모습. 쾌적한 공간구성을 잘 보여준다.
이영천
당시 출판은 어땠을까. 출판을 생산∼유통으로 단순화하면 생산은 출판사 및 인쇄와 제본으로, 유통은 총판 혹은 도매상으로 나눌 수 있다. 저술가를 예외로 하면, 생산 부문 최정점인 편집·기획자가 활동하는 출판사가 주로 서교동에 몰려 있었다. 제지산업이나 기계·부품회사 등이 관계되는 인쇄와 제본은 을지로에 몰려 있었다.
생산된 서적의 유통을 담당하는 총판 혹은 도매상은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한마디로 출판산업을 매개하고 구성하는 '생태계'가 서울이라는 거대도시 곳곳에서 각자도생하고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광고업계와 서평을 담당하는 신문 등 미디어가 한 축이었고, 이 기능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출판인들이 꾸린 단체가 있었다. 1989년 이들은 위원회를 꾸려 출판도시 건립을 꿈꾼다. 크게 서교동과 을지로에 이원화되어 있는 출판계 생산 부문을 한곳에 모으고, 별도 유통회사를 설립해 일원화한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일산신도시가 대상지였다. 1990년 10월 263개 출판사를 포함 총 360개 사가 출판도시를 건설할 조합을 설립하여 70억 원 상당의 사업기금을 마련한다. 곧이어 중간 규모 유통회사 설립계획도 수립한다. 일산신도시 개발 주체인 한국토지개발공사와 입지에 대해 협의를 진행한다.
신도시 건설 근거 법률은 '택지개발촉진법'이다. 즉 주택건설용 택지를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출판을 당시엔 제조업으로 보았나 보다. 무척 인색한 인식이다. 이는 일산신도시 조성에 적용된 법률은 물론 200만 호 주택건설이란 측면에서 이질적 존재로 취급받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