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보낸 ‘통일교육 교수학습자료 점검 결과’ 문서.
교육부
교육부가 자신들이 과거 만든 자료에서 고전작품 '임꺽정' 등을 평화통일교육 교수학습 소재로 활용한 것에 대해 '불공정' 꼬리표를 붙였다. 해당 교수학습 자료를 만든 제작진은 물론 일부 시도교육청과 국문학계까지 "시대착오적 행동"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헌법정신과 공정성 따져봤다'는 교육부... 스스로 공격?
22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시도교육청에 '통일교육 교수학습자료 점검 결과'란 제목의 문서를 보냈다.
이 문서에서 교육부는 "2022년 10월 21일 국정감사에서 통일교육자료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지적됨에 따라 2017~2022년 교육부 예산으로 개발된 통일교육자료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면서 "점검 기준은 '헌법정신과 일치', '교육의 중립성 유지', '내용의 공정성 항목 준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일부 자료에서 시의성, 공정성, 중립성, 정확성 등에 유의사항이 존재하니 학교에서 활용 시 중립성, 시의성 등을 갖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의 바란다"고 지시했다. '유의'라 썼지만 사실상 해당 자료 사용을 금지한 셈이다.
교육부가 문제 삼은 자료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교육부 이름을 내걸고 펴낸 통일교육자료 6권이었다. 이 자료들의 연구협력관 란에는 교육부 직원 이름 또한 실명으로 적혀 있었다. 정권이 바뀌자 교육부가 직원들을 정면 공격한 셈이다.
이 문서에서 교육부는 '평화적 관점의 <국어> 교육과정 재구성' 자료에 실린 고전작품 '임꺽정'에 대해 '공정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교육부는 점검 결과에서 "임꺽정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하는 상황이 고려되지 않았으며 2015 교육과정 고교 문학 교과서에도 동 자료는 미포함(됐다)"이라면서 "'임꺽정'을 '우리 민족의 상징'이라고 기술한 것은 집필진 사견"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2018년 해당 자료 제작진 가운데 한 명은 <오마이뉴스>에 "고전 '임꺽정'이 '민족의 상징'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학계가 다 인정하듯 작품 속에 쓰고 있는 낱말이 우리 고유어를 풍부히 되살려내고 있어 우리 민족의 원형적 상징이란 뜻이었다"면서 "교육부는 2015교육과정에 '임꺽정'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전 교육과정 교과서엔 들어 있었다. 교육부의 논리대로라면 대하장편 소설이어서 분량 제한으로 실리지 못한 토지, 혼불, 장길산, 상도 등의 작품도 가르치면 안 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제작진은 "교육부가 고전 '임꺽정'까지 불순하게 본 것은 한 마디로 무식한 행정"이라고 덧붙였다.
홍명희 작가가 쓴 고전 '임꺽정'은 대표적인 역사소설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928년 11월부터 1939년 3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됐다. '임꺽정'은 2009 교육과정의 고교 <문학> 교과서에도 실렸으며, 수능 모의고사에서도 예문으로 활용된 바 있다. 연세대와 카이스트는 이 고전을 학생 필독서로 선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