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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교육활용, 불공정하다"는 교육부... "시대착오적"

과거 교육부 이름 걸고 펴낸 '통일교육 교수학습자료' 공격한 교육부... 제작진, 학계 '반발'

등록 2023.05.22 18:08수정 2023.05.2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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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보낸 ‘통일교육 교수학습자료 점검 결과’ 문서.
최근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보낸 ‘통일교육 교수학습자료 점검 결과’ 문서. 교육부

교육부가 자신들이 과거 만든 자료에서 고전작품 '임꺽정' 등을 평화통일교육 교수학습 소재로 활용한 것에 대해 '불공정' 꼬리표를 붙였다. 해당 교수학습 자료를 만든 제작진은 물론 일부 시도교육청과 국문학계까지 "시대착오적 행동"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헌법정신과 공정성 따져봤다'는 교육부... 스스로 공격?

22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시도교육청에 '통일교육 교수학습자료 점검 결과'란 제목의 문서를 보냈다.

이 문서에서 교육부는 "2022년 10월 21일 국정감사에서 통일교육자료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지적됨에 따라 2017~2022년 교육부 예산으로 개발된 통일교육자료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면서 "점검 기준은 '헌법정신과 일치', '교육의 중립성 유지', '내용의 공정성 항목 준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일부 자료에서 시의성, 공정성, 중립성, 정확성 등에 유의사항이 존재하니 학교에서 활용 시 중립성, 시의성 등을 갖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의 바란다"고 지시했다. '유의'라 썼지만 사실상 해당 자료 사용을 금지한 셈이다.

교육부가 문제 삼은 자료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교육부 이름을 내걸고 펴낸 통일교육자료 6권이었다. 이 자료들의 연구협력관 란에는 교육부 직원 이름 또한 실명으로 적혀 있었다. 정권이 바뀌자 교육부가 직원들을 정면 공격한 셈이다.

이 문서에서 교육부는 '평화적 관점의 <국어> 교육과정 재구성' 자료에 실린 고전작품 '임꺽정'에 대해 '공정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교육부는 점검 결과에서 "임꺽정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하는 상황이 고려되지 않았으며 2015 교육과정 고교 문학 교과서에도 동 자료는 미포함(됐다)"이라면서 "'임꺽정'을 '우리 민족의 상징'이라고 기술한 것은 집필진 사견"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2018년 해당 자료 제작진 가운데 한 명은 <오마이뉴스>에 "고전 '임꺽정'이 '민족의 상징'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학계가 다 인정하듯 작품 속에 쓰고 있는 낱말이 우리 고유어를 풍부히 되살려내고 있어 우리 민족의 원형적 상징이란 뜻이었다"면서 "교육부는 2015교육과정에 '임꺽정'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전 교육과정 교과서엔 들어 있었다. 교육부의 논리대로라면 대하장편 소설이어서 분량 제한으로 실리지 못한 토지, 혼불, 장길산, 상도 등의 작품도 가르치면 안 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제작진은 "교육부가 고전 '임꺽정'까지 불순하게 본 것은 한 마디로 무식한 행정"이라고 덧붙였다.

홍명희 작가가 쓴 고전 '임꺽정'은 대표적인 역사소설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928년 11월부터 1939년 3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됐다. '임꺽정'은 2009 교육과정의 고교 <문학> 교과서에도 실렸으며, 수능 모의고사에서도 예문으로 활용된 바 있다. 연세대와 카이스트는 이 고전을 학생 필독서로 선정한 바 있다.
 
 교육부가 문제 삼은  ‘평화적 관점의 <국어> 교육과정 재구성’ 자료에 실린 임꺾정 관련 삽화와 내용.
교육부가 문제 삼은 ‘평화적 관점의 <국어> 교육과정 재구성’ 자료에 실린 임꺾정 관련 삽화와 내용. 교육부
  
홍명희와 임꺽정 전문가인 강영주 상명여대 명예교수(국어교육)는 <오마이뉴스>에 "국문학계에서 1980년대 말 이후 현재까지 30여 년간 고전 '임꺽정'에 대해서 문제를 삼은 학자들은 거의 없었다"면서 "이 소설이 사회주의 계급의식을 부추기는 내용과는 거리가 먼 내용인데 21세기를 사는 학생들에게 이런 작품을 가르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정말 어이없고 시대착오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희 반공영화 거론한 것도 '공정성' 위배? "널리 연구된 부분"

또한 교육부는 2018년에 나온 '평화적 관점의 <역사> 교육과정 재구성' 자료에 대해서도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반공영화에 대한 기술' 관련 박정희 지배체제 운영방식을 보여주면서 억압성이 자율적 창작활동과 맞지 않음을 드러내는 지점, '(박근혜 대통령 심기를 건드린 내용 관련) 2013년 7월 청와대 경제수석이 모 기업 부회장에 퇴진을 요구, 실제 2014년 9월 미국으로 떠남' 등의 서술"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해당 자료 제작진 가운데 한 명은 <오마이뉴스>에 "'반공'(anti-communism)이란 용어는 미국과 서구에서도 사용되는 학술용어이고 반공이 자율적 창작활동을 억압한 것은 이미 다양한 학술연구에서 널리 연구된 부분"이라고 짚었다.

청와대 경제수석의 퇴진 압력은 이미 대법원에서 실형 선고를 통해 사실이 확정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이에 대한 서술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통일교육자료 점검은 교육부가 직접 진행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지적을 내놓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의 숫자와 실명'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려울 것 같다"고 답변했다.
#교육부 통일교육 #편향 지적 논란 #임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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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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