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포잔 마켓 플레이스 내에 참치덮밥 가게
권유정
해외에서는 먹거리를 고르는 일도 쉽지는 않다. 일식은 그나마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많지만 낯선 곳에서 낯선 메뉴를 대하면 선뜻 선택을 하기가 어렵다. 우리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면, 새롭고 해보지 않은 경험보다는 익숙하고 이미 경험해 본 것들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그냥 타인의 선택을 따라가거나.
비장애인들은 보고 들은 간접경험들을 바탕으로 선택하거나 재료 등을 근거로 대충 상상하고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을 우리 아이들은 하기 어렵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험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경험이 많을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삶도 풍요로워진다.
여행에서 배우는 경제교육
대관람차를 탄 후에는 타코야끼, 아이스크림 등 간식도 즐기고, 편의점에서 아침식사 거리도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카드가 있으니 확실히 계산이 편했다. 한국 돈도 잘 못 세는 아이들이 일본 돈을 세서 지불하려면 아주 많은 도움을 필요로 했을 텐데, 각자 카드를 갖고 있으니 주문과 결제가 편했다.
하지만 돈을 계산하는 교육은 덜 중요해졌어도, 돈을 관리하는 교육은 더 중요해졌다. 현금은 눈앞에서 줄어드는 게 보이니 얼마나 사용했고 얼마가 남았는지 비교적 와닿지만 카드는 실제적으로 지출을 체감하기 어렵다.
실제로 오사카에 도착하기 무섭게 공항에서 매니큐어를 구매하고, 또 그걸 지우겠다며 이튿날 아세톤과 화장솜을 사 온 아이가 있었다. 평상시 용돈이야 없을 땐 안 쓰면 그만이지만 이 여행에서는 마지막 날까지 최소한의 식비는 남아있어야 했기 때문에 계획적인 소비가 반드시 필요했다. 무분별한 용돈 사용에 대해 주의를 주자 아이는 뻔뻔하게 말했다.
"엄마한테 충전해 달라고 하면 돼요."
"안 돼. 정해온 예산 안에서 잘 조절해서 써야 해. 함부로 써서 모자라면, 더 이상 쓸 수 없는 거야."
물론 언제든 충전해서 간편하게 환전할 수 있는 게 트래블월렛 카드의 장점이고, 그래서 만들어 왔지만 그건 비상상황의 대비책이지 절제 없는 과소비를 위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소비를 점검하고 남은 돈을 사용하는 데 주의사항을 주지시키기 위해 매일 밤마다 용돈 사용을 기록하도록 지도했다.
트래블월렛 카드의 또 다른 장점은 어플의 메뉴가 아주 단순하고 직관적이라는 점이다. 금융기관의 여러 서비스가 다양하게 나열돼 복잡한 다른 카드 어플과 달리 해외사용에만 초점이 맞춰져 알기 쉽고 편리했다. 다른 은행이나 카드사들도 어플도 이 정도로 직관적이라면, 어려워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결 줄어들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메인 화면에 충전하기, 이용내역만 딱 있어 쉽게 결제한 내역을 확인하고 가계부에 기록할 수 있었다. 현금을 사용할 땐 영수증을 받거나 가격을 사진 찍어오도록 했다. 트리플 어플의 가계부도 사용법이 어렵지 않아 절반 정도의 아이들은 몇 번 연습하고 지도하자 이튿날부터는 스스로 가계부 작성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