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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클라이번 주니어 대회와 당진 '문예의 전당'의 너무 다른 대처

[주장] 조수미 공연 중 건물 화재 발생했는데 관객에 제대로 안 알려... 각자도생은 답이 아니다

등록 2023.06.15 11:12수정 2023.06.1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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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참가자의 연주중 화재 경보가 울린 반 클라이번 주니어 피아노 대회 화재 경보가 울리자 즉각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연주자와 청중들이 질서있게 실외로 대피하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중계되었다.
마지막 참가자의 연주중 화재 경보가 울린 반 클라이번 주니어 피아노 대회화재 경보가 울리자 즉각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연주자와 청중들이 질서있게 실외로 대피하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중계되었다. 반 클라이번 대회 생중계 캡처
 
미국 텍사스에서는 반 클라이번 주니어 국제 피아노 대회가 한창이다. 작년, 피아니스트 임윤찬 군이 열아홉의 나이로 우승을 거머쥐어 화제가 되었던 반 클라이번 대회의 청소년 부문 콩쿠르다. 2019년 대회에서는 피아니스트 양지원 양이 3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현지 시간 14일부터 세미파이널이 진행 중이며 한국의 홍석영(15) 군이 세미파이널에 진출했다. 

지난 10일, 쿼터 파이널 라운드를 라이브로 지켜보던 중에 갑자기 요란한 알람 소리를 들었다. 집을 한 바퀴 돌아보아도 아무 이상이 없고 주변도 조용했다. 알람 소리가 멈추지 않아 소리 나는 곳을 찾아보니, 라이브 중계방송에서 나는 소리였다.

12명의 쿼터 파이널 진출자 중에 마지막 연주자 일본의 모단 오야마(Modan Oyama, 17세)의 연주 중에 현장에서 화재 경보음이 울린 것이다. 주최 측은 연주를 멈추게 한 후 경보음이 울린 이유를 찾고 있다고 안내를 통해 밝혔고, 청중들은 대회 중에 당황했을 어린 연주자를 응원하는 박수를 잠시 보낸 후 빠르게 오디토리움을 빠져나갔다.

그 장면은 고스란히 생중계로도 보였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화면과 반 클라이번 대회 연관 SNS에 공식 안내도 띄워졌다. 화재 경보로 인해 연주를 마치지 못한 모단 오야마군은 심사위원들 앞에서 연주를 할 것이며 녹화되어 공개될 것이라고 했다. 예기치 못한 일로 당황했을 텐데 의연하게 임했는지, 다행히 모단 오야마군도 6명의 세미파이널 리스트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은 학교에서부터 대피 훈련을 철저히 받는다. 유치원 연령의 어린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학군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매월 대피 훈련이 실시된다. 학생들은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각각의 코드를 따라 어떻게 비상 대피해야 하는지 몸으로 익힌다. 경우에 따라 실내 대피 훈련도 있지만 기본 소방 훈련에는 질서를 지키며 재빠르게 실외로 움직인다.

그래서일까. 규모 있는 국제 대회를 치르는 중에도 경보음 하나에  주최 측은 연주자를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청중에게 안내 방송을 하고, 시청자를 위해 안내 화면을 띄우고, 모두가 빠르게 화면에서 사라졌다. 불만이나 소란도 없고 대피하는 중에 어린 연주자를 박수로 응원하기까지 하면서.

어디에 비상구가 있는지, 화재 시 매뉴얼은 무엇인지 머리로 알고 있다고 몸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비용이 들고 귀찮다고 대피 훈련을 게을리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안전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안내해야 하는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반 클라이번 대회 주최측의 빠른 공지  대피 안내에 이어 대회측의 소셜미디어에 상황이 빠르게 업데이트 되고 있다.
반 클라이번 대회 주최측의 빠른 공지 대피 안내에 이어 대회측의 소셜미디어에 상황이 빠르게 업데이트 되고 있다. 반 클라이번 대회 SNS 켑쳐
 
끝나지 않은 안전 불감증, 각자도생은 답이 아니다


지난 10일 진행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씨의 콘서트 중에 화재가 있었다는 소식을 14일 뉴스로 접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냉난방을 관리하는 공조실 배전반에서 불이 났지만, 공연장 측은 화재 경보도 울리지 않았고 대피 안내도 하지 않았다. 티켓이 매진되었으니 입장객은 천 명이 넘었을 것이다.

로비까지 연기와 냄새가 나는데도 공연장 측은 화재 상황을 사실대로 알리지 않았다. 논란이 되자 관계자는 YTN 등에 "초기 안전 진화가 됐기 때문에, 관객분들에게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하다, 향후에는 더 안전조치를 하겠다라는 문자를 보내게 됐습니다"라고 해명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공연장 측은 이후 관객들에게 보낸 문자에서도 "가시는 길 걱정스러운 냄새는 공조시스템 이상이 있었으나 안전하게 마무리되어 별도 안내 드리지 않았습니다"라며 화재 사실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화재나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세계적인 소프라노의 공연도 피아노 연주도 멈추어야 한다. 앙코르 중이든 대회 중이든, 관객이 천 명이 아니라 한 명이라도 멈추었어야 했다. 연주는 멈추고 경보는 울려야 한다. 불과 얼마 전에 이태원 참사를 겪지 않았나.

당진 문예의 전당 측은 사안의 경중을 떠나 매뉴얼에 따라 바른 조치를 했어야 했다. '안전하고 좋은 공연'은 문자 발송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굳이 미국까지 출장이나 연수를 오지 않아도 알 수 있고, 점검할 수 있는 일이다.

안전하고 좋은 대회 진행을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한 반 클라이번 주니어 피아노 경연의 파이널 라운드는 텍사스 현지시간 17일 오후 2시 30분에 있을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 중복 게재
#당진 문예의 전당 #안전 불감증 #화재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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