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1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 종합상황실이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자리를 비워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년 선거관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당들의 당원이 1000만 명을 육박한다고 한다. 정당의 권한과 몸집은 커지고 있지만, 정당들은 위기에 당면하여 이름을 바꾸거나 임기응변식 비대위를 등장시키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 등 5000여명에 이르는 국가의 최고위 선출직 공직자와 수만 명의 비선출직 공직자를 공급하고 있지만, 내부의 강령과 교육을 통해 정치엘리트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은 스스로 지역구와 하부조직들을 부실하게 만들고 당의 바깥에서 지지자들을 동원함으로써 하나의 이익집단이 됐다. 당원이 2000년대 초반에 비해 5배 이상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유령당원' '대납당원' '매집당원'이라는 용어가 말해주는 것처럼 상당수가 허수이고, 온라인을 통해서 결집된 당원들은 정당으로부터 통제 바깥에 있다. 즉 당원이면서도 당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일부 팬덤당원 혹은 팬덤지지자들은 정치지도자에 대한 애정을 넘어 이견을 갖는 정치인과 당원을 적으로 몰고, 욕설과 함께 문자 폭탄을 퍼붓는 '훌리건'의 양상마저 보인다. '정치 훌리건'들은 소셜미디어 공간을 압도하고 당내 경선에서 위세를 과시한다. 문제는 정당 엘리트들이 이러한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들을 묵인하거나 추종하는 경향마저 보인다는 것이다.
정당의 기능 축소가 과연 정당개혁이었을까?
그렇다면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가? 한국의 정당개혁은 민주화 이후 삼김의 퇴장과 함께 시작됐고, 당시 개혁을 주도했던 정치인들은 크게 세 가지 방향을 실천해 왔다. 먼저 이들은 삼김에 의해서 권위주의적으로 운영됐던 정당을 개방화했다. 다음은 '돈 먹는 하마'로 불리었던 지구당을 없애 버렸다. 마지막으로 거대한 조직이었던 정당을 간소화해 의원 중심 혹은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했다.
결과적으로 정당은 의원들만의 조직, 좀 더 좁게 말하자면 특정파벌에 포획된 조직으로 변모했다. 지구당이 없고, 하부조직이 부실한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공천권을 매개로 지방의원들과 시장들을 중앙정치의 수족 및 자신들의 하수인처럼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방정치는 지방을 떠나 중앙의 대리전이 됐고,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스스로가 인공위성처럼 고립되어 공중에 붕 떠 있다. 권한은 큰 반면 조직적으로 부실해진 상태에서 정당 지도부를 장악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기에, 대통령은 물론 각 정파와 파벌들은 사활을 건 싸움을 한다. 무엇을 위한 싸움이고 무엇을 위한 투쟁인지는 이제 중요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당개혁을 위해서는 정당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활로를 열어줘야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팬덤정치도 그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치세계에서 늘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프레이밍하고 수용하는가에 따라서 문제가 되기도 하고, 희망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들은 선거제를 비례제로 바꾸고, 대통령 중심제를 의원내각제로 바꾸면 정당이 살아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가진다. 먼저 현실화되기가 무척 어렵다. 다음으로 선거제 변화와 의원내각제의 도입이 어떤 긍정적 혹은 부정적 효과를 일으킬 지 우리는 아직 잘 알지 못한다.
물론 선거제도 변화와 헌정구조 개편에 대한 논쟁과 공론을 지속해야 한다. 다만, 다소 현실적인 논의 또한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어떻게 보자면 지난 20여 년간 실제로 실행했던 정당개혁을 역순으로 실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현재 정당의 부실화와 정치불안정은 지난 20여년 간의 정당개혁의 노력이 역설적으로 현실화된 것이기에, 그 해결방안 또한 그 속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과거에 '돈먹는 하마'라고 하면서 없앴던 지구당을 부활시키고, 공천권을 매개로 수족처럼 부렸던 지방의원들과 단체장들이 지역정치에 매진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자유를 줘야 한다.
아울러 정당법은 지역당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나, 현행 정당법을 중앙·전국 정당에 한해 적용함으로써 지역정당을 자유로운 정치적 결사의 영역에서 보장해야 한다. 이는 실제로 지난 20여년 간 정당들이 했던 일이기 때문에 반대로 하는 것도 가능하며, 선거제도나 헌정구조의 변화에 비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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