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정치개혁공동행동이 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선거제 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소연
정치권은 대표성 확대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이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 왔다. 이들의 이런 반응에는 한국과 같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다당제가 구축되면 집권 정당의 의회 과반의석 확보가 어려워져서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힘들어진다는 정치적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전개되는 여야 간 극단적 대립은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점을 정치권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에게 각인시켜왔다.
집권 정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여타 정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을 통해 정치적 난국을 헤쳐나가는 의회제 국가와는 달리, 한국의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력을 기반한 협치 모색보다는 시행령 발동에 의존하는 정국 운영 방식을 선호해왔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의 상이한 선거 주기로 인해 소수정부(minority government), 즉 여소야대의 정치적 국면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서 내심 여야 정치권은 다당제로의 전환을 목적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거리를 두어 왔다.
대통령제 국가는 '양당제'가 맞다? 이제는 세계가 '다당제'가 맞다고 말한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 소속 정당이 의회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을 때, 대통령의 유일한 정치적 선택은 한국 사례에서처럼 소수정부 상태에서 시행령 정치에 의한 정국 운영밖에 없다고 가정해보자.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사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 출현을 억제하는, 즉 양당제 구축만이 정치개혁의 해답이 될 수밖에 없을까?
이 물음에 대해 대통령제를 권력구조로 채택하고 있는 신생민주주의 국가의 여러 실제 사례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의회제 국가에서의 연립정부 구성 빈도에 비해 낮기는 하지만 대통령제 국가에서도 매우 빈번하게 연립정부가 구성되고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단독 다수 정부와 소수정부 비율은 각각 29.04%와 25.76%에 머무른다. 반면, 구성 비율이 45.20%로 연립정부는 정부 구성 분포에 있어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정부 유형이다.
주목할 부분은, 의회제 국가는 물론이고 대통령제 국가에서도 연립정부는 민주주의 운영과 관련된 여러 지표에서 놀라운 수행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분산분석은 물론이고 여러 정치·경제적 요인의 영향력을 통제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통계분석도 대통령제 국가의 연립정부 존재가 민주주의를 원활하게 작동케 하는 매우 중요한 제도적 요인임을 밝혀준다.
특히, 공공서비스의 질 및 정부의 정책 수립과 이행 능력 수준을 평가한 "정부 효과성" 지수와 시민의 정치참여와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수준을 평가한 "참여와 책임성" 지수에 있어서 연립정부는 소위 여소야대의 소수정부에 비해 현격하게 탁월한 수행력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