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환 전 대법관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 ‘사회의 변화와 법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일환 전 대법관이 이원석 검찰총장과 대검 간부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검찰이 너무 1차 수사에 나서면 중앙정보부와 같은 운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시행령에 의해 소위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이 된 상황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 행사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다.
그는 또한 1990년대 검찰이 반대했지만 구속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돼 인권 보호가 강화됐던 상황을 자세히 언급했다. 대법원의 압수수색영장 대면 심리 추진에 대한 검찰 반대를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박 전 대법관은 5일 오전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에서 '사회의 변화와 법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대검 주최 초청 강연으로, 이원석 검찰총장과 대검찰청 간부 등 대검 직원 수십여 명이 참석했다.
1978년 판사를 시작해 2006~2012년 대법관을 지낸 박 전 대법관은 현재 구독자 14만5000명을 가진 채널 '차산선생법률상식'을 운영하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옛날에 검사를 지게꾼이라 했다"
박 전 대법관은 이날 시대 변화에 따른 민법 판례 등의 변화를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 "옛날에 검사를 지게꾼이라고 했다"면서 검찰 얘기를 꺼냈다. "업·폭·절, 즉 업무상과실치사상(교통사고)·폭력·절도가 형사사건의 70%를 차지했다. 사법경찰관이 (사건 기록을) 가져다 놓으면 (검사는) 다시 법원에 옮겨주는 지게꾼이라는 농담 비슷한 표현을 썼다"면서 "제가 검찰 시보할 때 상해 (진단) 4주가 나오면 일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는 영장실질심사로 옮겨갔다. "옛날에는 그냥 경찰서에서 조사해서 (사건 기록이) 검찰청에 오면, (검사는) 읽어보고 간혹 기각하고 남은 건 법원에 보낸다. 법원은 그것만 보고 (구속영장을) 발급했다"라고 지적했다.
"윤관 대법원장(1993~1999년 재임 - 기자 주)이 외국에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 피의자가 판사 앞에 가서 자기 사정을 얘기할 기회를 가지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서 영장이 너무 많이 발급되는 것 아니냐면서 연구해보라고 했다. 영장실질심사를 해보자고 하니, 검찰에서 반대가 많았다."
그는 "그때 당시에 (1년에) 14만 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면서 "(영장실질심사가 시행중인) 지금은 (구속영장 청구 대상자가) 4만 명이다. 획기적으로 변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의 이 발언은 최근 대법원이 압수수색영장 남발을 막기 위해 대면 심리를 추진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수사 상황 노출, 수사 지연 우려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현재 인권 보호제도로 자리를 잡은 영장실질심사가 1990년대 도입 당시 검찰이 반대한 상황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너무 1차 수사에 나서면... 중앙정보부와 같은 운명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