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리김치어렵게 구한 천일염으로 담근 알타리김치
도희선
내 손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알타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매끈하고 통통하니 잘 생겼다. 게다가 가격까지 마음에 들었다. 카트에 담으려는 순간 멈칫했다. 가져가면 사서 고생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거부할 수 없는 이유가 생각났다. 다음주에 아들이 온다고 했다. 설에 다녀간 후 일주일에 한두 번 목소리만 들려주는 유정한 녀석.
자취를 하고 있으니 뭐라도 챙겨 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었다. 고민 따위는 가라. 냉큼 두 단을 카트에 담았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은 알타리를 다듬고, 씻어 자르는 번거로움은 안중에도 없었다. 풀을 쑤고 김치 양념을 만드는 모든 과정은 생략되고 말았다. 오직 때깔 좋고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알타리 김치만 떠올랐다. 사냥에 나선 전사들이 멧돼지라도 잡은 것처럼 만족스러웠다.
계산대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렸다. 천일염을 사야 했다. 남은 양으로 알타리를 절이기에 부족할 듯싶었다. 5킬로그램 짜리를 살 생각이었다. 카트가 무거워져 운전하기가 마뜩잖았다. 낑낑대며 소금이 놓여 있는 곳으로 갔다. 없었다. 평소 가격대가 다른 세 종류의 소금이 진열되어 있음을 분명히 아는데 매대가 텅텅 비어 있었다.
이게 뭔 일이래. 1킬로그램 봉지가 진열되어 있던 윗 칸으로 눈을 돌렸다. 이번에도 없었다. 그때서야 생각이 났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불안감 때문에 천일염을 사두는 사람이 많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덧붙여 소금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얘기까지. 매대가 텅 빈 걸 보고서야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사람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집 근처 다른 매장에 들렀다. 천일염만 없었다. 난감했다. 알타리 무를 샀으니 김치는 담가야 하는 데. 할 수 없이 집을 지나쳐 인근 읍 소재지로 갔다. 그곳에 큰 마트와 식자재 마트가 나란히 있었다. 30분을 달려 도착한 마트의 천일염 매대 역시 텅텅 비어 있었다. 허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