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과 관련, 이날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권우성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지난 18일 '엘리엇 사건 불복절차 개시' 브리핑을 50분간 단독으로 진행하면서 취소소송 승소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 근거 중 하나로 "우리 정부 입장과 부합하는 미국 의견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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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시각으로 18일 밤 공개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엘리엇 사건' 중재판정문의 내용은 한동훈 장관 말과 달랐다. 오히려 엘리엇이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 의견서를 인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정문 "엘리엇, 자신의 주장 뒷받침 위해 미국 의견서 인용"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국민연금공단의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가 한미FTA 제11.1조 제3항의 '중앙·지역 또는 지방 정부나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여 비정부 기관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에 해당하느냐다. 쉽게 말해, 국민연금공단의 당시 의결권 행사가 정부의 조치로서 그 책임이 국가에 귀속된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엘리엇은 한미FTA에 따른 ISDS(국제투자분쟁절차)를 밟을 수 있다.
미국은 2020년 2월 중재판정부에 비분쟁 당사자 서면(미국 의견서)을 제출했는데, 핵심 쟁점과 관련한 내용도 담겼다.
한동훈 장관은 미국 의견서 내용 중에서 "비정부기구의 행위가 관련 권한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경우, 그러한 행위는 (한미FTA) 협정 제11.1조에 따른 '당사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가 아니다"라고 한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이를 두고 "미국의 의견도 저희의 입장과 부합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엘리엇의 본국은 미국이다. 그런데 오히려 미국이 낸 의견서가 저희가 원용할 만한 어떤 해석을 해주고 있다는 점이 특이한 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제로 핵심 쟁점에 대한 미국 의견서를 인용한 것은 오히려 엘리엇이었다. 한동훈 장관의 말과 배치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