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인공지능 관련 보도자료 목록교육부는 올해만 벌써 여섯 차례 AI 또는 인공지능이 제목에 들어간 보도자료를 냈다.
교육부
교육부는 올해만 벌써 여섯 차례 AI 또는 인공지능이 제목에 들어간 보도자료를 냈다. '모두를 맞춤 교육시대' '에듀테크' '디지털 교과서' '안전한 학교 구현' 등 제목의 핵심 단어를 보면, 마치 인공지능이 모든 교육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이 표현했다.
인공지능 또는 AI가 제목에 포함된 교육부 보도자료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모두 합쳐 3건에 불과했다. 이후 2020년부터 급격히 늘었다. 2020년 8건, 2021년 8건, 2022년 8건, 2023년은 7월 21일 기준 6건이다.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 증가와 윤석열 정부의 AI 교육 강조가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내용과 목적에 있다. 인공지능 만능주의 접근은 문재인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공지능, 학교 속으로! 인공지능(AI), 초등 수학 공부 도우미로, 고교 진로 선택 과목으로 도입" (2020년 9월 14일 교육부 보도자료 제목)
"초등 3~4학년도 인공지능(AI) 보조교사와 함께 수학 공부해요!"
(2022년 9월 1일 교육부 보도자료 제목)
위 두 개 교육부 보도자료 사이에 어떤 교육적 차이가 있는가?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자주 많이 사용한다고 이해가 심화하지 않는다. 깊고 넓게 고민하지 않고 갑자기 전염병처럼 나타나 교육계를 휩쓸다 어느 순간 사라졌던 새로운 단어와 정책이 한둘이 아니다.
코딩, 알고리즘 교육이니 하며 기술을 쫓아가라고 학생들을 몰아가기보다 지금은 '함께 질문을 만들고 토론할 때'다. 교육 당국과 학교가 강조하는 내용 상당수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답을 찾기보다 물음을 던질 시기이다.
인공지능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은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살만한 공동체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을 대체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사회 제도적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인간은 다른 존재(동물, 식물, 기계)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단순 지식면에서 보면, 이미 챗지피티같은 인공지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개별 지식을 익히고 다른 존재가 준 정보에 의존하는 교육은 더는 의미가 없어졌다. 감정을 나누고, 상황을 판단하고, 몸으로 익힌 경험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공유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미 존재하는 경제적·문화적·정서적 불평등을 줄일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그 중요한 몫 가운데 일부는 교육에 있다.
"최소 생계가 보장되지 않으면 인공지능과 인간은 일자리를 두고 싸우는 적대관계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거예요. (중략) 억지로 일자리를 만들려고 애쓸 게 아니라, 그냥 최소 소득을 제공해서 생존을 해결해주면 더 좋지 않겠어요? 돈 버는 일을 하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하든지 각자 알아서 하라고 하면서요. 그러고 보면 인공지능이 일자리의 난점을 극한으로 몰고 감으로써 일하지 않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물음을 던진 게 아닌가 싶어요." (책 <선을 넘는 인공지능>, 278쪽)
책 <이진경×장병탁 선을 넘는 인공지능>은 SF 소설 작가인 김재아가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이진경과 AI 연구학자 장병탁을 여러 차례 만나 나눈 대담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과 두려움이 퍼져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책에도 나오는데, 인간과 기계의 존재와 관계를 고민하게 되면, 인간, 기계, 동물, 식물 등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비인간' 존재에 관한 관심도 세밀해지고 커질 것이다. 이것은 인간을 더 잘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