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산업은행 이전 논의는 대선 국면에서 시작됐다. 2022년 1월 15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덕신공항 기왕에 시작할 거면 화끈하게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시키고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시키겠습니다."
대선을 하루 앞 둔 그 해 3월 8일, 마지막 유세 지역도 부산이었다. 부산 연제구 유세에서 윤 후보는 "대한민국 전체의 지역균형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서울과 부산이라는 두 개의 축이 작동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건 것이 산업은행 부산이전이었다. "부산에 산업은행 배치를 필두로 세계적인 투자은행을 유치하겠다, 부산을 금융도시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선거를 앞두고 내 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가덕도 신공항 완공,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부산지역 표심을 얻기 위한 윤 후보의 핵심 공약이었다.
그러나 불과 반년 전인 2021년 7월 6일, 국민의힘 입당 전 '전 검찰총장'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공기관 이전 등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으로는 국가균형발전이 안 된다. 공기업을 내려보내는 정부의 강제적인 방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도를 지원해 민간 기업들 스스로 특정지역에서 산업기지를 조성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아버지는 KTX를 타고 다니고 가족은 수도권에 산다. 민간 대기업이 지방에 큰 부분을 구축할 수 있어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결국 균형발전이 아닌가 생각한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철학이 180도 바뀐 셈이다.
정쟁화 된 산은 이전 "총선에서 의석 확보하려 정부가 산업은행 팔아먹으려는 것"
일부에서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정부여당의 총선 전략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토부의 '산업은행 이전 고시' 후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그간 '국회를 패싱하지 않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종전의 말들과 맞지 않다"라며 "국책 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을 1년도 남지 않는 총선 표몰이용 도구로 밖에 보지 않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본점 이전은 은행 업무의 중요사항으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경영협의회를 통해 의결하는 등의 상법 위반 의심 행위마저 (정부는 그대로) 넘어갔다"고 꼬집기도 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지난 대선 때는 부산시민들의 표심 획득을 위해, 그리고 다가오는 총선에는 부산 의석수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의힘이 산업은행을 팔아먹으려는 것"이라며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산업은행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산 이전이 꼭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부산은 대표적인 여당 성향 지역이었으나,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3석을 확보했다.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15석을 얻었다. 다가오는 총선(2024년 4월 10일 실시)에서 18석을 모두 얻기 위해 절차와 원칙까지 무시한 채 산업은행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산업은행 부산 이전 선봉장에 선 사람은 바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다. 부산 사상구를 지역구로 둔 3선 의원이다. 윤 대통령 대선 공약에 산업은행 이전을 넣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10대 국정과제에 이를 포함시키는데 '윤핵관'이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지난해 12월 자신이 이끄는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서 산업은행 이전 시민 대토론회를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