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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고즈넉한 이 마을, 'OOO 반대'를 만날 줄이야

전남 구례 산동면 산수유 고을 사포마을 탐방기

등록 2023.08.22 09:48수정 2023.08.2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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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포마을 다랭이논 안내 벽화

사포마을 다랭이논 안내 벽화 ⓒ 이완우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은 지리산 온천 관광단지에서 동남쪽으로 1km의 거리에 있다. 이 마을 동쪽으로 4km 원경은 만복대에서 고리봉, 종석대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장엄한 흐름이 지리산 노고단으로 연결된다.

8월 하순의 처서(處暑)는, 호랑이처럼 맹위를 떨치던 더위가 뒷발을 웅크리고 앉은 형세로 변화하는 절기라고 한다. 처서를 사흘 앞둔 지난 20일 지리산 산동면의 사포마을과 다랭이논의 여름 풍경을 탐방하였다.
 
a  사포마을 돌담길 풍경

사포마을 돌담길 풍경 ⓒ 이완우

 
지리산 사포마을은 백두대간의 산맥이 섬진강과 조화되는 생태 순환의 연결 고리를 이루고 있다. 지리산 숲의 토양과 나무들이 머금은 물방울은 계곡으로 흘러 이 마을의 다랭이논을 적시고 서시천(西市川)으로 흘러서 섬진강으로 합류한다.


지리산 자락 산동면에 섬진강의 상류인 서시천을 따라 봄이 올라오면 흐드러지게 핀 노란 산수유 숲은 별천지를 이룬다. 사포마을의 수백 년 이어오는 유서 깊은 다랭이논은 여름철에 푸르게 성장한 벼가 가을이면 황금색으로 익어가며 진풍경을 연출한다.

돌담은 얼마나 오래 여기 있었을까
 
a  사포마을 돌담길 풍경

사포마을 돌담길 풍경 ⓒ 이완우

 
사포마을에 들어서면 다랭이논 안내 벽화가 첫눈에 들어온다. 방문객의 발걸음은 담쟁이덩굴, 이끼와 지의류가 가득 피어있는 돌담 앞에 머물렀다. 침묵에 잠겨 있는 돌담 앞에서, 수없는 계절을 지났을 세월의 깊이를 가늠해 본다.

마을 고샅길에 벽화가 밝은 농사 풍경을 펼쳤다. 소를 몰고 써레질하며, 모를 찌고, 못줄을 띄우고 여럿이 모를 심고 있다. 새참을 머리에 이고 오며, 흥겹게 새참을 먹는다. 가을 다랭이논에 허수아비가 서 있고, 벼 베기를 하며 볏가리를 쌓는다.
 
a  사포마을 다랭이논 옛날 농사 풍경 벽화

사포마을 다랭이논 옛날 농사 풍경 벽화 ⓒ 이완우

 
이렇게 다랭이논에서 옛날 농사짓던 풍경을 13장면으로 이어서 그려놓았다. 농사철의 생생한 이야기와 논에서 여럿이 어울려 일하는 울력 풍경 속에 생명력이 밝게 넘친다.

맞은편 벽화는 현재 다랭이논에서 농사짓는 풍경인데 경운기, 이앙기, 트랙터와 콤바인 등이 등장하고 혼자 농기계를 운전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대비하여 달라진 농사 풍경을 벽화로 실감 나게 표현했다.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는 모습까지 벽화로 그려놓았다.
 
a  사포마을 다랭이논 옛날 농사 풍경 벽화

사포마을 다랭이논 옛날 농사 풍경 벽화 ⓒ 이완우

 
사포마을은 고샅길이 산수유 숲 터널을 이루었고, 그윽한 산수유 숲길은 시원한 그늘 속에 운치가 머물러 있다. 400년 수령의 노거수 느티나무가 마을 정자나무로 우뚝 서 있다.

사포마을 다랭이논은 이 마을의 문전옥답(門前沃畓)이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산수유 숲 속 사포마을은 다랭이논도 자연을 닮아 잡초나 야생화들과 함께 어울린 풀숲처럼 보인다.


집집마다 내 걸린 이 깃발
 
a  사포마을 고샅길 산수유 숲 터널

사포마을 고샅길 산수유 숲 터널 ⓒ 이완우

 
사포마을 다랭이논의 곡선으로 부드럽게 이어진 논두렁과 논길을 걸었다. 다랭이논 물꼬에 맑은 물길이 소리를 내며 자연의 순리처럼 계단식 아래 논으로 생동감 있게 흐른다. 산수유 숲길과 돌담길을 더 보고 싶어서 마을 고샅길로 다시 들어섰다.

그런데 이 마을 집집마다 대문 앞에 작은 노란색 삼각 깃발이 걸려 있었다. 깃발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노란 바탕에 '골프장 반대'라는 검은색 글씨가 대조를 이루며 선명하다. 이 작은 노란색 삼각 깃발을 보니, 지리산 기슭의 평온하고 맑은 이 작은 마을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다가오고 있음을 방문객은 알 수 있었다.
 
a  사포마을 느티나무 마을 정자

사포마을 느티나무 마을 정자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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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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