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자 - 앞에서 본 모습
윤재홍
백제시대에 호자를 만든 사람은 작품이라는 생각도 상품이라는 생각도 없이 그저 누군가를 위한 생활용품을 만든것 뿐이었을 것이다.
부여에 있는 기념품점에 가면 호자 복제품을 상품으로 판다. 뒤샹은 상점에 있는 변기를 전시실로 들고가 작품으로 만들었고, 부여에 있는 누군가는 전시실에 있는 변기를 상품으로 만들어 기념품점에서 팔고있다. 기념품점에서 팔린 상품이 또 다른 작품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작품이 상품이 되고 상품이 작품이 되는 이 혼란 속에서 작품과 상품의 경계는 어디일까?
클래식 예술과 대중 예술간의 경계를 허물어 온 뒤샹, 그리고 뒤샹의 뒤를 이은 현대 팝 아티스트들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고전 미술과 대중 미술간의 거리는 먼듯 하다. 작품에 대한 난해한 해석, 작가들의 명성에 압도당한 중압감, 작품에 심오한 뜻이 있으리라는 기대감 … 등이 작품 감상의 장애물일지 모른다. 난해한 해석, 중압감, 기대감 없이도 볼 수 있는 백제시대의 코믹한 '호자와 그 짝꿍'을 보면서 생활용품 속에 녹아있는 옛사람들의 미적 감수성을 느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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