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2세 동상
Widerstand
불가리아는 이후 친서방 정책을 계속해 나갔습니다. 급격한 시장경제 전환으로 벌어졌던 혼란도 2000년대에는 안정되기 시작했죠. 2004년에는 NATO에 가입했고, 2007년에는 유럽연합에도 가입했습니다.
그 사이 망명했던 국왕 시메온 2세도 돌아와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2001년에는 그가 선거를 통해 총리에까지 올랐습니다. 퇴위한 군주가 돌아와 선거를 통해 집권하는 세계 유일의 사례를 남긴 것이죠.
불가리아가 가지고 있던, 제국의 꿈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팽창과 침략을 이어가던 불가리아 제국은 이제 없습니다. 중세로 돌아가 발칸을 장악한다는 몽상도 이제 이 땅에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다만 불가리아에 남은 것은,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사라진 제국의 꿈 따위보다, 주변국의 동료 시민과 함께 지금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현실만이 불가리아에는 남았습니다.
불가리아의 국경을 넘으며 봤던 유럽연합의 깃발을 생각합니다. 유로화에 새겨져 있는 불가리아의 키릴 문자를 생각합니다. 그 모든 것이, 언젠가 국경도, 언어도, 화폐도 뛰어 넘어 이웃 국가와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상상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제국의 꿈이 사라진 뒤 불가리아가 향하는 연합과 연대의 길을, 이제는 더 주목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이 연합을 처음 만들어낸 서유럽의 행로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암시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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