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산책하는 모든 사람과 개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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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그곳을 지나가야 할 때면 빠른 걸음으로 얼른 벗어나려 합니다. 지난번처럼 저 앞에서 큰 개가 오면, 사람들만 지나가도 서로 비켜서야 할 정도인 폭 때문에 난감하거든요. 그 좁은 길에서 혹시라도 그 개가 제 쪽으로 온다면... 아, 정말 생각해도 당황스럽네요. 휴~.
그래서 길 폭보다 목줄이 길어 개가 가까이 올 수 있을 것 같으면 멀리서 먼저 지나가길 바라며 멈춰 서 있거나, 잘 붙들어 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지금 줄 잡고 있잖아요?"라고 기분 나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줄은 잡고 있어도 개는 언제든 제 다리 부근에 올 수도 있으니 그렇게 말한 것인데...
물론 그럴 때 저의 표정은 무서워하는 마음과는 달리 화가 난 듯 보일 수도 있어요. 무서운 건 무서워하지 말자고 마음먹어도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무의식에서 저도 모르게 나오는 반응이라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사람, 바퀴벌레, 벌, 뱀 등을 무서워하는 사람... 대상은 달라도 각자 무서워하는 것, 다들 있잖아요? 마찬가지랍니다. 누군가에게는 개도 그렇게 무섭고, 보면 긴장하게 되는 대상이거든요.
저는 보호자가 개를 데리고 나와서 싫다거나 개를 혐오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모르게 드는 무섭다는 생각 때문에 좀 도와달라는 것인데 숨겨지지 않는 얼굴의 긴장감이 아마도 오해를 부르는 것은 아닐지 생각하기도 해요.
하지만 당신도 두려움을 느끼는 그 무언가와 마주치면 저처럼 옆에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을 거예요. 그것이 개라면 그 개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보호자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고요.
"아니, 어떻게 이 귀여운 생명체를? 우리 개가 얼마나 이쁜데?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당신도 알 수 있을 거예요"라고 생각하시는 보호자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저도 그 개를 휴대 전화 사진으로 보거나 보호자의 품에 안겨 제 옆에 올 가능성이 거의 없어 안전하다고 느끼면, 얼마든지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정말 귀엽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을요.
실제로 저의 휴대 전화 잠금화면에는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 사진이 계속 바뀌며 나오도록 해 놔서 전화를 보려고 꺼내면서 '아이고, 귀여워라' 하며 쳐다보곤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