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금리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은행에 반드시 통신업을 비롯한 비금융업을 허용해야만 할 사회적 필요성이 있는가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인 통화긴축 기조 속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역대급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부쩍 늘어난 가계부채 탓에, 많은 사람들의 이자부담이 늘어났다.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은행들의 '땅짚고 헤엄치기식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됐다.
국제결제은행(BIS)에 의하면, 미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7년 말 98.7%에서 지난해 말 74.8%로 23.9%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69.2%에서 104.5%로 35.3%포인트 증가했다. 국제결제은행 통계에 순수한 의미의 가계부채 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 부채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은행들이 가계를 상대로 과도한 대출상품을 판매했고, 금융당국은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묵인하거나 방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2017년 10월 열린 한국금융학회-한국금융연구원 추계 정책심포지엄에 참석해 "우리나라 은행들은 혁신, 중소기업과 같은 생산적인 분야보다 손쉬운 가계대출이나 담보와 보증 위주의 여신 취급에 안주해 왔다"며 "부채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으로 단기적인 호황을 유도하는 금융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최 전 위원장의 경고는 6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 은행들에 필요한 것은 가계대출이 아니라, 기업가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혁신이다. 자본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성장가능성이 충분한 기업가를 발굴하고, 그에게 자본을 제공하여 건전기업을 육성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부와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은행에게 느닷없이 알뜰폰을 허용하겠다고 하니, 금융당국은 우리나라 은행을 대체 어디로 보내려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은 비금융산업 분야에서 시장의 다른 사업자들과 경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은행과 대등한 지위에서 경쟁할 만한 사업자가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은행의 비금융업 허용은 공정경쟁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그 정책목표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역대 은행연합회장 13명 중 9명이 금융관료 출신이라고 한다. 금융당국의 은행 알뜰폰 허용 발표가 순수하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단지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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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주재원 출신 변호사입니다. 지금은 국회 정무위원회 오기형 의원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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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알뜰폰' 안기려는 금융당국, 왜 문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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