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응원단의 리드에 따라 응원하고 있는 롯데 팬들.
신동훈
23년 정규 시즌이 끝난 10월 말, 롯데 자이언츠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선수들에게 묻는 영상이 올라왔다. 선수들은 '첫 안타쳤을 때, 마무리 홈런 쳤을 때, 9연승 했을 때, 오늘, 지금 이순간' 등 여러 이야기를 했다. 좋았던 순간에 대한 언급도 많았지만, 아쉽다는 선수도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내 23년을 생각했다.
23년에 내가 가장 잘 한 건 뭘까. 순식간에 떠올랐다. 바로 테니스를 그만둔 것이다. 사실 2년 가까이 테니스를 배웠다. 없는 운동신경에 정형외과에 다니면서 꾸준히 했더랬다. 그만하고 싶어하는 나 자신을 '아냐, 할 수 있어. 힘내' 하고 다그치며 끌고 왔다.
그러나 연습할 코트를 빌리기도 어렵고 같이 쳐 줄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레슨만으로는 실력이 늘지 않았다. 일주일에 두 번 레슨 비용이 35만 원 가까이 되니 레슨을 더 받기도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한 번 레슨은 고작 20분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진작에 그만뒀어야 했다. 어떨 때는 '중간에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중간에 꺾이는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할 만큼 하고 그만두니 후회도 없고 속이 다 후련하다.
23년에 아쉬운 건 글을 많이 쓰지 못한 것이다. 글을 쓰려고 프리랜서를 시작한 건데, 돈 버는 일을 먼저 하다 보니 회사에 다닐 때 만큼이나 글 쓸 시간이 없다. 글을 규칙적으로 쓰지 않으니 글이 더 안 써지고 글이 안 써지니 자괴감에 빠지고 '아, 내가 이러려고...'로 시작되는 불평불만 레퍼토리만 쌓여간다.
그러다 퍼뜩 깨달았다. 아직 23년은 두 달이나 남았다. 야구 시즌이 끝난 것이지 나의 23년이 끝난 게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가 가을 야구를 가지 못하면, 나의 10월 말과 11월 초가 우울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렇지 않다. 발빠르게 24년을 준비하고 있는 느낌이다.
많은 롯데 팬들이 바라던 김태형 감독이 롯데로 왔다. 롯데 자이언츠 공식 유튜브에는 새로 온 감독과 코치들이 선수들과 함께 하는 훈련 영상이 올라온다. 야구 관련 유튜브를 구독하고 야구 선수의 인스타를 팔로우 하는 딸은 나에게 자주 새로운 야구 소식을 전해준다.
"엄마, 최준용(롯데 투수)이 요즘 타격 훈련도 하고 있대. 투타겸업하려고 하나 봐."
"어머, 정말? 괜찮을까?"
"원래 타격 재능이 있대. 참, 김태형 감독 훈련 영상 봤어?"
"그럼, 봤지."
"24년 시즌은 좀 다를 것 같아."
"엄마 생각도 그래. 하하하."
그렇다, 우리는 내년을 얘기하고 있다.
두 달 빨리 준비하는 2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