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탄핵소추 관련 입장 밝히는 이원석 검찰총장 이원석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등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데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이 "나를 탄핵하라"며 반발했다.
이 총장은 9일 오후 6시30분경 퇴근길에 대검청사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보복" "협박" "방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사 탄핵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총장은 "국회 제1당 다수당인 민주당이 지난 9월 검사를 탄핵한 데 이어서 오늘 4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을 발의하고 2명을 탄핵했다"면서 아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은 탄핵소추안의 통과를 기정사실화 한 채 말문을 열었다.
그는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검사의 당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다, 검사를 겁박하고 검찰을 마비시키려는 협박 탄핵이다, 그리고 당 대표의 사법 절차를 막아버려는 방탄 탄핵이다"라고 주장하며 "검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검사를 탄핵한다면 앞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선고한 판사들을 탄핵하려고 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부당한 탄핵은 그만두어야 한다"라며 "그래도 검찰을 탄핵하겠다고 한다면 검사들을 탄핵하지 말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저를, 검찰총장을 탄핵하라"고 밝혔다.
다음은 약 5분에 걸친 이 총장의 발언 전문이다.
- 오늘 검사 두 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는데 입장은?
"국회 제1당 다수당인 민주당이 지난 9월 검사를 탄핵한데 이어서 오늘 4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을 발의하고 2명을 탄핵했다. 민주당의 검사 탄핵 이유를 우리 국민들은 그리고 검찰은 잘 알고 있다.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검사의 당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다. 검사를 겁박하고 검찰을 마비시키려는 협박 탄핵이다. 그리고 당 대표의 사법 절차를 막아버려 방탄 탄핵이다. 검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검사를 탄핵한다면, 앞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선고한 판사들을 탄핵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부당한 탄핵은 그만두어야 한다. 그래도 검찰을 탄핵하겠다고 한다면, 검사들을 탄핵하지 말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저를, 검찰총장을 탄핵하라. 검찰은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고 싶다. 검찰에 일할 기회를 주시기를 국민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 민주당은 두 검사의 범죄 행위나 비위 행위가 명백하다고 하는데.
"우리 헌법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직무상의 위법에 대해서만 탄핵을 인정하고 있다. 앞서 탄핵된 안동완 검사는 사건을 처리한 지 9년 만에 탄핵됐다. 손준성 검사는 기소된 지 1년 반 만에 탄핵됐다. 이정섭 검사는 민주당에서 얼마 전에 의혹을 제기하고 바로 탄핵됐다. 그렇게 탄핵이 될 만큼 비위가 명백하다면, 왜 9년이나 1년 반이나 놔두고서 이 시기에 탄핵했는지 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 검찰에서 정치적 의도라는 입장도 냈는데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우리 헌법은 탄핵 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그에 더해서 법률에 정해진 공직자는 탄핵 대상으로 규정해서 검찰청법에 따라 검사가 탄핵 대상이 되었다. 뇌물을 받은 국회의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국회의원, 보좌관을 추행한 국회의원, 피해자 할머니들의 보조금을 빼돌린 국회의원,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를 한 국회의원, 가상자산을 국회에서 투기한 국회의원... 이 국회의원들에 대한 탄핵이나 제명은 우리 현실상 불가능하다. 법률상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을 포함해서 탄핵이 발의된 점에 대해서 정치적이라고 저희는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을 그리고 사법을 정쟁에 끌어들여서는 안 되며, 정쟁에 끌어들일 수도 없고, 정쟁에 끌어들여지지도 않는다."
- 이정섭 검사는 수원지검에서 이재명 대표의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총괄하고 있다. 아무래도 수사에 차질을 빚을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데.
"차장 검사에 대한 탄핵이 의결되면 앞으로 직무가 정지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 수사에 차질은 있을 거다. 그러나 수사팀이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제대로 수사의 결론을 낼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다."
앞서 오후 5시경 대검 차원에서도 '검사 탄핵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밝혔다. 대검은 "민주당의 반복적인 다수의 검사 탄핵은 제1당의 권력을 남용하여 검찰에 보복하고, 탄핵을 통해 검사들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켜 외압을 가함으로써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검은 "정치적인 목적과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검찰을 공격하고 검사들을 탄핵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사법을 정치화하려는 시도로써 다수에 의한 법치주의 파괴"라고 비판했다. (
[관련기사] 대검 "반복적 검사 탄핵은 검찰에 대한 보복" https://omn.kr/26cs5 )
이날 오후 민주당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손준성·이정섭·이희동·임홍석 검사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 의안과에 접수했다가, 그중 이희동·임홍석 검사 탄핵안은 철회했다. 이동관·손준성·이정섭에 대한 탄핵안을 본회의에 보고까지 한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24시간 후 표결을 통해 처리하려고 했으나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을 포기하고 퇴장함에 따라 본회의가 산회된 상황이다. (
[관련기사] 민주당, 이동관·손준성·이정섭 탄핵 발의...국힘 '필버' 포기로 무산 https://omn.kr/26ckk )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는 윤석열 대통령 검찰총장 재직 시절 벌어진 고발사주 의혹의 피고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 등의 수사를 맡고 있는 이정섭 수원지검 차장검사는 최근 위장전입,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가 불거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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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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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성·이정섭 탄핵에 이원석 검찰총장 "나를 탄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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