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도 금융업계의 지원군 역할을 한 지는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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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의 객관적인 외부 주체인 언론, 법조계의 역할이 이러할진대 금융회사의 공식 후원그룹인 각 금융협회, 연구단체에게 객관적인 역할을 기대하긴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각 금융협회의 회장, 전무 자리는 금융당국과의 소통을 위해 대부분 전관 출신이 포진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008년 금융위기 후 미국 소비자금융감독청(CFPB)을 만드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도 그의 자서전적인 책 '싸울 기회(A fighting chance)'에서 기득권 유지, 확대를 위한 대형 금융회사의 집요한 로비, 기득권 세력의 연대를 묘사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집단적 사고'가 일부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시 행정부의 재무장관 행크 폴슨(Hank Paulson), 클린턴 행정부의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Robert Rubin) 모두 골드만 삭스의 경영자였고, 로버트 루빈은 후에 시티그룹의 최고임원직을 맡았다. 월스트리트 긴급구제 시 골드만 삭스, JP 모건, 시티그룹 등은 커다란 혜택을 받았고, 구제 이후에도 월가의 연방관리, 국회의원 출신 로비스트들의 영향으로 새로운 규제는 최소화되어 금융개혁은 미완에 그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 현안이 있을 경우 감독당국이 업권별 회사 경영진, 연구원과 개최하는 간담회는 자주 볼 수 있지만, 소비자와의 소통의 자리는 그리 흔치 않다. 복잡하고 급변하는 금융 현실에서 시장 참여자와의 소통은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소통의 자리에서 금융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참여자의 목소리는 구체적이고 집요한 반면, 소비자의 목소리는 추상적이고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다 요즘에는 공직자들이 공직 사회에 대한 낮아진 인식과 영향력, 높지 않은 처우 등으로 대형 금융회사나 법률회사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나라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공직 퇴직 후 3년 이내에는 유관단체에 취업이 제한되는 매우 엄격한 '공직자 윤리법'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법규정이 모든 상황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고, 공직자의 사회진출에 대한 동기가 현실적으로 커 이들의 민간기관 진출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물론 공직자는 제도적 규범의 틀 안에서 합법적으로 민간기관에 취업하는 것이고, 이들의 개인적 진로선택을 가볍게 비난할 수는 없다. 또한 이들의 공적 경험이 사회에서 활용되는 것의 긍정적인 면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자유주의 경제사조가 지배해 온 이래 금융시장의 네트워크가 점점 더 '그들만의 리그' 성격을 띠고 심화되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물론 지금도 금도를 지키고 절제하며 금융시장이 건전하게 기능하도록 노력하는 수많은 금융인, 감독당국자, 사회적 감시자 역할을 하는 언론, 시민단체 등이 있어 금융이 그나마 제 기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공정하고 신뢰받는 금융시장을 위해서는 공직자, 금융인 모두 이익을 위해 반칙을 하지 않겠다는 책임, 윤리의식을 다지고, 엄정한 견제·책임 메커니즘을 만들어 적용해야 할 것이다.
그와 더불어 금융정책 결정과정의 '투명성 제고'가 공정한 금융시장을 위한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 '햇빛은 최고의 방부제다'라는 말이 있듯이 정책 결정 과정이 투명해야 이익을 위한 연대구조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경쟁을 통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 또한 정책 결정 과정에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어 정책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지구의 환경을 보존하는 일도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듯 공정한 금융을 지키는 일도 금융인, 당국자의 노력뿐 아니라 금융소비자인 국민, 법조계, 언론 등 모두가 서로를 견제하고 투명함을 지키려는 행동이 이어져야 가능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익유지를 위한 '유대'가 아니라, 공정한 금융을 지키려는 사회의 '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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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에서 30 여년을 근무하고 부원장보를 마지막으로 퇴직했습니다. 건전하고 공정한 금융질서 확립과 금융소비자보호라는 조직의 존재이유와 내 본성, 가치추구와의 어울림이 커 업무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올바른 금융시장을 위한 고민을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글을 쓰려고 합니다. 이 글이 금융업의 공정성제고를 위한 생산적 논의의 장이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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