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음꼴 영혼 닮은꼴 영혼(Kindred Spirits), 엘런 쇼앤(Allen M.Schoen) 지음.
김아람
사무실에 돌아와서 예전에 좋아했던 책을 아주 오랜만에 찾아서 꺼내 들었다. 앨런 쇼앤 (Allen M. Schoen)의 <닮은꼴 영혼>(Kindred spirits)라는 책이다. 대학 시절에 읽었으니 거의 20년 만이다.
특히 어린이 환자가 동물 친구의 존재에 민감하다. 그들은 어려울 때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 외에, 자신의 감정을 어른보다는 동물 친구에게 쉽게 털어놓으며, 삶이 혼란스러울 때 동물을 돌보면서 마음을 추스를 수도 있다. - 83p.
그 책에서 소개 되었던 동물 보조요법(Animal Assisted Therapy)이 참 인상 깊었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동물에게 이미 치유를 받아왔고, 너무 많은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 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동물의 온기와 털의 감촉을 느끼면서 생기는 마음의 반응은 글로 표현하기 참 어렵다. 예전에 외국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환자를 위해서 말(horse)을 병실로 데려오는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거대한 크기의 말이지만, 충분히 훈련되었고, 위생상의 문제가 없도록 모든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었다. 집채만한 말은 병동의 복도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말은 병실 안으로 들어갔고, 병실에 누워있던 환자는 말의 깊은 눈을 한참 쳐다보면서 말을 만져주다가 눈물이 터지는 장면이었다.
커다란 말이 병실에 들어갈 수 있다니, 감히 상상도 못 할 외국에서나 가능한 극적인 장면이라 치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호스피스 병동에 말을 데리고 가서 아픈 분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홀스테라피(Hore Therapy)'가 도입되고 있다.
오늘 나 역시 나도 모르게 치료를 받았다. 그 천진난만한 하얀 안경을 쓴 망아지는 꽝꽝 채워진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서 질주하며 날뛰는 내 우울을 가만히 멈추게 해 줬다. 결국 나의 불안을 잠재운 건 철학자의 좋은 글귀도 아니었다. 타인을 붙들고 하소연으로 얻어내는 어색한 위로도 아니었다.
그저 보들보들한 촉감과 내 손을 더 원한다는 듯한 눈빛과 행동으로 내 심장 박동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이건 나만 느끼는 감정은 분명히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그들의 반려동물로부터 많은 치유와 선물을 받아가며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만지고 싶은 날, 그러니깐 내 마음이 갈 곳 없던 그런 날, 나는 동물을 만지며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었고, 그 순간 동물은 마치 내 뿌리 깊은 상처를 쓱 만져준 것 같았다.
이렇게 어린이에게도, 청년에게도, 주부에게도, 노인에게도 동물은 늘 항상 우리 곁에 공존하며 교감하는 존재일 것이고, 우리는 앞으로도 그들과 무언가를 주고받으며 느끼는 유대를 이어갈 것이다. 이 닮은 꼴 영혼과 어떻게 삶을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 더 배우고 알리는 것이 나의 작은 몫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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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제주도에 사는 말수의사입니다. 사람보다 말을 더 사랑하는 이유를 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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