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티스트(왼쪽에서 두 번째)와 미국 농부, 싱가포르 친구와 마늘 수확을 했다.
조계환
당시 미국 농부 리즈도 와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한국, 이탈리아, 미국 유기농부가 만나는 자리가 됐다. 재미있게도 모두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농사를 짓고 직거래로 채소를 판매하는 농부들이었다.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 기후위기로 날씨가 극악하게 변하면서 농사짓기가 어려워지는 현실, 육체노동의 고단함, 하지만 환경을 보호하는 유기농부로 산다는 보람과 자부심, 직거래 하면서 생기는 소소한 일 등 국적은 달라도 모두가 비슷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밥티스트는 특히 <육룡이나르샤>라는 한국 사극을 우연히 보게 된 후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유럽과 다른 색다른 유교문화, 격렬한 권력 투쟁 속에서 벌어지는 역사 등이 재밌었다고 했다. 50부작이나 되는 이 드라마를 두 번이나 시청했다고. <뿌리 깊은 나무>도 재미있게 봤는데, 세종대왕에 관심을 갖게 되어 한글도 금세 배웠다고 했다.
헤어질 때 겨울에 시간이 되면 언제든 이탈리아 자기 농장에도 방문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몇 달 전, 이번 겨울에 이탈리아 농장에 찾아가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초대해주었다. 혹시 한국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가져가겠다고 했더니 농부답게 미나리 씨앗과 깍두기용 무 씨앗, 고추장을 만들 수 있는 고추 씨앗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