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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이 양보한 누더기 법안, 윤 대통령은 그것도 거부할 텐가"

9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국회 통과했지만... "조사 진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

등록 2024.01.10 11:31수정 2024.01.1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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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본회의 통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법률을 공포하고 신속한 조사기구 출범에 협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본회의 통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법률을 공포하고 신속한 조사기구 출범에 협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일부 유가족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했다. 또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만이라도 알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앞서 지난 9일 국회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한 가운데 재석 의원 177인 중 찬성 177표로 가결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438일 만이다.

충남 홍성에 거주하고 있는 최선미(이태원 참사 유가족·고 박가영씨 어머니)씨는 1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공황장애가 심해서 요즘은 서울에 못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와 중에도 최씨는 이태원 참사 관련 모든 뉴스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 

최씨는 "이번 법안에서 유가족들이 양보한 것이 많다. 조사 기간, 상임위원, 특검법 등도 모두 양보했다. 조사 기간 중 공소시효가 중지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조차 삭제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고 있다. 유가족들은 이번 특별법을 만드는 데 일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어쩌면 다음 22대 국회를 찾아다니며 '5만 국민청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앞으로 3년 이상의 긴 투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퇴장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최씨는 "이번 법안을 위해 우리 유가족들은 오체투지, 삼보일배와 단식까지 했다. 국힘의원들은 유가족들의 그런 노력을 외면한 것이다"라며 "우리 유족들은 모든 것을 양보했다. 단지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를 시작해 달라는 것 뿐이다. 국민의힘은 민생을 돌보지 않고 기득권만 지키겠다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윤 대통령에게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고,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 최소한의 사실관계만이라도 알고 싶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가 어느 시점, 어느 시간이 마지막이었는지라도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대전에 살고 있는 송진영(이태원 참사 유가족·고 송채림씨 아버지)씨도 이날 통화에서 "법안은 여야 합의 처리가 아닌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때문에 대통령의 거부권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권한에는 책임도 따르는 것이다. 언제가 되더라도 대통령은 거부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유가족 입장에서) 그 책임을 반드시 묻고 싶다"고 말했다.


법안과 관련해 송씨는 "법안은 삭제가 많이 됐다. 공소시효뿐 아니라, 특검 요구권도 삭제됐다. 유가족 지분 2명도 빠졌다"며 "조사위원 구성이 제대로 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당초 조사위원 구성은 여당 4명, 야당 4명, 유가족 2명, 국회의장 1명이었다. 유가족 지분 2명이 국회의장으로 넘어갔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상임위원 숫자도 5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실질적인 조사는 상임위원이 하는데,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이태원참사 #이태원참사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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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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