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일상적으로 제목을 짓는 과정에서 어떤 유형을 구분하며 일하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연구자의 시선으로 일목요연하게 구분된 유형들을 보니 음... 일리 있네, 일리 있어.
굳이 나누자면 정치사회 기사의 경우는 주관형보다는 객관형을 많이 쓰는 것 같고, 사는이야기나 여행, 책동네 같은 기사들에는 주관형을 더 자주 쓰는 것 같다. '제목의 이해'에서 다룬 내용들을 굳이 분류하자면 주관형에 가까워 보인다.
나는 실무를 하면서 경험으로 체득한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마음으로 '제목의 이해'를 쓰고 있는데, 이미 수년 전에 학문적 기틀로 잡아둔 연구자들이 있다니, 놀랍다. 이래서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하는 건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이 논문에서 말하고 있는 핵심 중의 하나는 '제목에는 기자의 선택과 개입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렇다. 제목은 사실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기자나, 편집자, 언론사의 관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모두 알다시피 언론사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건 이 때문이다.
그러니 한 사안을 놓고도 뽑을 수 있는 제목의 가짓수는 무궁무진하다. 100명이면 100개의 선택과 개입이 일어나니까. 뉴스 제목이 다채롭게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물론 비슷한 결로 흐르는 관점도 있지만.
내가 주로 보는 사는이야기 같은 류의 기사에서도 '(독자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따라 기사 제목이 달라지는 것은 아주 흔하게 벌어진다. 가령 명절을 앞두고 들어온 고물가에 대한 글의 사례를 보자. '명절+고물가'를 드러내자고 생각했을 때는 원제를 살린 '이번 설에는 과일 상자를 못 들고 가겠습니다'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데스크의 반응은 "다시 뽑아줘". 너무 뻔하다는 거다.
식상한 제목이라니 그렇다면 바꿔야지. 그렇다면 좀 다른 걸로, 새로운 걸로 뽑어보겠어, 라고 든 카드가 바로 '16990원, 23990원... 이러니까 더 못 사겠어요'였다. 기사 내용 중에 재밌는 사실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주부의 꼼꼼한 관찰에서 발견한 특징 하나. 바로 마트에서 파는 과일 가격표가 대부분 10원을 낮춰 팔고 있다는 거였다. 17000원을 16990원 이런 식으로.
나는 그 점을 부각시켜서 제목을 뽑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의적으로 '그래도 명절이니까...' 하며 '과일 상자를 못 들고 가겠습니다'라는 문장을 버리지 못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명절'이란 키워드를 버리길 잘했다.
이래서 못 보던 거, 안 하던 거, 새로운 게 좋다고 하는 거다. 독자를 조금이라도 반응하게 하니까. 독자의 시선을 좀 더 끌 수 있는 것이 더 나은 선택. 섬네일을 마트 사진으로 바꾸고 기사는 출고 되었다. 결과는 '씨익' 웃음이 나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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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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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반드시 들어가는 것, 들으면 '아하'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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