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60평 제조장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하려면...

[100만 화성시에 바란다 ④] 최광범 화성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등록 2024.01.31 14:36수정 2024.01.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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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가 시로 승격된 2001년, 20만명 대였던 인구가 22년만에 100만명을 넘어섰다. 유례없는 인구증가는 동탄신도시·남양·향남지구 등 대규모 주거단지 조성이 가장 큰 영향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 반도체 산업단지인 삼성전자를 빼고는 사실상, 계획에 기반하지 못한 산·공단과 제조장들이 화성시 구석구석을 점령하다시피 한 현상과 무관치 않다. 

비도시지역의 난개발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하여 2002년 2월 4일 제정․공포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본격 시행되기 직전인 2002년 12월, 화성시는 단 3일만에 4000여건이 넘는 개발행위 허가신청을 접수하느라 북새통이 됐었다. 그 당시 오산시의 1년 총 개발행위 신청건수가 500여건 내외였다는 기록에 비하면 그 즈음 화성시는 적은 비용으로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마지막 급행열차 같은 곳이었던 것이다. 

화성시를 종단하는 39번 국도와 43번 국도변, 그리고 오산에서 향남·양감·우정·장안 등으로 진입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통과할 수밖에 없는 302지방도변을 지나다 보면, 우리 화성시가 진정한 우리나라 산업의 대동맥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한편에 저 많은 공장과 제조장에서 얼마나 많은 땀과 분투가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을까라는 마음속의 난처함이 뒤섞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물며 도로를 살짝 벗어난 농로구간에 진입하면 어떻게 몇십톤짜리 프레스가 이 농로를 따라 들어와 공장 한 켠에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 놀라움과 다소의 황당한 마음도 든다.

2022년 기준 경기도사업체조사에 따르면, 화성시 전체 사업체수는 116,455개이고 종사자수는 59만 655명이다. 이 중 제조업 사업체 수는 2만 8590개로 2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종사자 수의 비율로 보면 제조업 종사자 수가 26만 8035명, 45.4%로 화성시는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제조도시라 할 수 있다. 

또한, 화성시의 총 부가가치금액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51조 4172억원으로 경기도 제조업의 총 부가가치액 165조 1151억원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을 산술평균하면 3.2% 비중의 1개 도시가 제조업에 관한한 그 10배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조업의 화성시 집적수준을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음이다.

"2002년 12월, 물밀듯 들어선 60평 단위의 제조장"

국토법 개정전 면적단위가 '평'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될 당시, 화성시는 신고로만 가능했던 60평 단위의 제조장이 그야말로 물밀 듯이 들어섰다. 당시는 화성시에 소재한 우리나라 굴지의 제조업을 떠받치는 4차, 5차 협력사들이 그 제조장만 건립하고 나면 일정부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던 시대이기도 했다. 


우리 화성시의 당면한 과제들이 이미 이 시기에 싹트기 시작했다는 게 과언은 아니다. 92.3%에 달하는 10인 미만 사업장과 37.6%에 달하는 1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라는 현실은 중앙정부의 토지정책과 이익추구라는 기업경영의 본질이 융합되면서 당시 농업행정 비중이 적지 않았던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하기에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화성시노사민정협의회는 2015년, 화성시가 협력과 상생의 노사관계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화성시 노사민정협의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해 설립한 사회적 대화 기구이다. 2015년 당시 경기도 인구의 4.8%(5만 96000명) 수준이던 화성시는 2023년 7.4%(10만 2000명) 비중으로 확대됐다. 또한, 중대재해 노출빈도가 높은 2015년 광업·제조업의 화성시 종사자는 9만 2000명 수준에서 2023년 16만 6000명으로 무려 80%의 증가세를 보였고, 화성시 전 산업에 걸쳐 2015년 임시·일용근로자 4만 2000명, 2022년 5만 3000명으로 고용상 격차가 지속되는 현상을 보였다. 


협의회는 '아픈 곳을 알아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라는 명제로 2021년 '화성시 공동주택 경비노동자 노동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그해 12월, 고용노동부와 화성시, 아파트입주자연합회, 주택관리사협회 화성지부 등과 함께 '화성시 경비노동자 노동실태 조사 보고 및 공동주택 상생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듬해 2022년부터 취약분야 노동자 심리상담 지원을 위해 '공동주택 종사자 및 감정노동자 정서관리 지원사업'을 지속 진행중에 있다. 또한, 작년 2023년 화성시노동영역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전 화성시 차원에서 진행됐던 여러 진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로 수렴되긴 했지만 조금 더 미시적인 관점으로 현장의 노동자들이 구체적으로 근로계약서 체결을 어느 정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몸이 아프면 어떻게 개인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나름 꼼꼼하게 파악해 보고자 했다. 

그리고 비록 110여개의 다소 과소한 표본이었지만, 화성시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와 사용자역할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설문도 진행했다. 경영자들은 화성시 내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주요 사유로 '고객접근성'(44.4%), '부지 확보 용이'(30.6%), '원자재 확보 용이'(21.3%), '기업우호적 환경'(20.4%) 순으로 답을 했는데, 여기에서 고객접근성은,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으로 수직계열화가 뚜렷한 화성시 산업구조상, 생산과 납품, 제품수정과 반납 등 전반적인 제조연계 활동에 용이한 환경이 그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기업과 근로자간 처우·산업안전 등 사실상 거의 모든 분야의 애로를 함께 의논할 수 있는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 등 의사소통 창구를 운영하지 않는 사업장은 제조업 45.8%, 서비스업 30%로 나타났는데, 제조업이 서비스업에 비해 의사소통 창구를 운영하지 않는 비율이 큰 것으로 나타나 10인 미만 사업장의 영세적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었다. 

"열악한 노동환경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요조건" 

이쯤에서 우리는 아직도 열악하고 미흡할 수밖에 없는 노동환경의 구조적인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익추구라는 기본 목적상 모든 기업은 수익에 기반한 경영을 이어갈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 중소기업 특히 소기업들은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가 발주처의 선의 말고는 거의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생산성 향상, 품질개선 등의 수사는 일정부분 규모의 경제를 이룬 경영체에서나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보다 진솔하게 제안하자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역량 제공은 충분한 조건은 될 수 있겠으나, 근로자들의 자기의식 정립과 함께 원하청간 동반자 관계의 건강성을 주도할 수 있는 경영체들의 노력이 가장 기본적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노동자 스스로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최저의 근로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환경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인식의 정립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며,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처럼 기업 생태계 가장 윗부분에 있는 경영체들이 '같이 살아 보자'라는 인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높여가게끔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진정한 선진사회에 대한 고민도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다. 현실적으로 정책과 예산이라는 강력한 사회자원을 보유한 정부, 그 중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우선 몇 개의 분야라도 지역공동체의 지표를 부단히 돌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통계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기업과 노동자들에 연결된 중요한 지표들을 수시 점검함으로서 현재 운용중인 행정서비스의 효과성을 점검하고 이를 통해 기민하고 능동적인 정책방향을 설정하는데 활용하여야 한다. 우선 지표화 할 수 있는 통계대상들을 설정하고 가급적 가장 최근의 기업매출과 종사자들의 임금수준, 고용형태의 변화 등에 대해 정기적인 파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과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a  최광범 화성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최광범 화성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 화성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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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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