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백운면 신암리 만육선생돈적소 석굴
이완우
만육 선생 유허비에서 동남쪽으로 6km 직선거리 떨어진, 중대산 기슭 고중대 지역의 암릉 절리 틈 석굴에 만육 선생 돈적소(遯蹟所)가 있다. 돈적소는 중대산 북서쪽 해발 850m 높이 외진 곳에 숨어 있는 2층의 자연 석굴이다. 이 석굴의 크기는 입구가 폭 6m, 높이 2m, 깊이 12m의 원뿔형으로 안으로 들어갈수록 좁아진다. 석굴 천장의 암석 절리 틈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고드름이 석회암 동굴의 석순처럼 자라고 있었다.
이곳 돈적소를 찾아가려고 유허비에서 742번 백장로를 따라 데미샘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진행했다. 진안 신암리에서 서구이재(호미고개)를 넘어 장수 송천리로 향하는 고개 입구에서 임도를 한참 걷다가 산비탈 오솔길을 500m 올라갔다. 외딴 산길에 산죽, 낙엽, 부엽토, 너덜 바위와 잔설 등의 구간을 거치는데, 길은 희미하며 험하고 녹록지 않은 조건이다. '만육선생돈적소 입구'와 '만육선생돈적소'를 지도에서 GPS 검색하여 위치를 확인하면서 찾아가면 안전하다.
만육 선생은 젊은 시절에 태조 이성계와 동문수학하였다. 고려 말 이성계 장군이 1380년에 남원의 황산대첩 왜구 토벌에 출정할 때, 정몽주와 만육 선생은 함께 고려군의 종사관으로 참전하여 전공을 세웠다.
남원의 황산 전투에서 갑옷과 투구로 전신을 감싼 왜장 아지발도를 무찌를 계책을 만육 선생이 이성계 장군에게 제시했다고 한다. 두 명의 궁사가 함께하여 먼저 활로 왜장의 투구를 쏘아 입을 벌려 틈이 생기는 순간 그 빈틈을 노리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성계 장군과 부장 퉁두란이 함께 이 계책대로 실행하여 왜장 아지발도를 제거하고 황산 전투를 대승으로 이끌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