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청계산 시산제 장면
이혁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있지만 산은 봄채비를 하고 있다. 발맞춰 많은 사람이 산에 오를 것이다.
오는 9일은 올해 시산제 개막을 알리는 '길일'이다. 졸업한 고등학교 동문산악회도 이날 북한산에서 시산제를 개최한다고 연락이 왔다.
동문산악회는 매달 한번 정기산행을 주관하는데 '백두대간'을 탈 정도로 등산애호가들이 제법 많다. 시산제는 동문들이 가장 많이 참가하는 행사로 산악회 임원들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소식이다.
만 10년 전 허덕대는 저질 체력을 키워볼까 우연히 동문산악회를 접하고 동창 따라 산행을 나섰다. 그간 산보와 걷기운동만 주로 하다 산행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이날은 마침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산에 오르는데 숨이 턱에 자주 차 중도포기를 여러 번 고민하다 결국 청계산 정상 '매봉'에 올랐던 장면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의 희열은 나도 처음 산에 갈 수 있는 건강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산에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다는 연대감을 깨닫게 했다.
그때 비로소 등산만 한 운동이 없다는 것에 공감했다. 골프와 테니스 등 여러 운동을 전전하던 친구들도 이제는 대부분 산행으로 돌아섰다.
동문산악회에 가입한 후 매달 산행에 거의 빠짐없이 참가했다. 기억에 제주도 한라산을 제외하고 얼추 국내 유명한 산은 거의 다녀온 것 같다.
산을 타면서 바닥난 건강을 되찾았다. 특히 선배는 후배를 배려하고 후배들은 선배를 존경하는 분위기가 왠지 끌렸다. 이러한 동문들의 정겨운 모습은 잊어버린 모교에 대한 '애교심'마저 되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