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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득구, 4년 전 총선에서 '위장 당원' 모집해 경선 참여 정황

'주소 바꿔치기' 확인, 콜팀 참여 실무자 "1000명 달해"...강 의원 "그런 일 없었다"

등록 2024.03.07 11:00수정 2024.03.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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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자료사진) 이희훈
 
22대 총선에서 경기 안양시 만안구에 단수공천을 받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년 전 21대 총선 경선 과정에서 타지역에 사는 시민들의 주소지를 자신의 지역구인 안양시 만안구로 허위 등재한 뒤 당원으로 가입시켜 자신의 경선 투표에 참여시킨 정황이 확인됐다. 이른바 '주소 갈이' 수법을 쓴 것이다.

민주당은 경선을 치를 때 주소를 기준으로 당원에 투표권을 부여하는데, 정작 당원 가입 과정에서 당원의 주소지 허위 등재를 거를 장치가 부족했던 셈이다. 민주당은 현행 당규에서 허위 주소지 등재 입당을 제한하고 있다. 

강 의원은 "그런(주소를 바꿔 당원을 가입시킨)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강득구 콜팀 실무진 폭로... 경남 살면서 안양 경선에 참여, 허위 주소 확인
 
 <오마이뉴스>가 2019년 3월부터 7월 사이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내 경선 승리를 위해 당원을 모집했던 자원봉사자 B씨로부터 입수한 당시 입당원서(왼쪽). 입당원서에는 경상남도에 살았지만 삼촌 부탁으로 주소를 허위 등재해 경기 안양시 만안구 지역위원회 당원으로 가입한 A씨 정보가 적혀 있다. 하지만 A씨의 주민등록초본(중간·오른쪽)을 보면, 입당원서를 낸 2019년 7월 당시 A씨는 안양시 만안구에 살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가 2019년 3월부터 7월 사이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내 경선 승리를 위해 당원을 모집했던 자원봉사자 B씨로부터 입수한 당시 입당원서(왼쪽). 입당원서에는 경상남도에 살았지만 삼촌 부탁으로 주소를 허위 등재해 경기 안양시 만안구 지역위원회 당원으로 가입한 A씨 정보가 적혀 있다. 하지만 A씨의 주민등록초본(중간·오른쪽)을 보면, 입당원서를 낸 2019년 7월 당시 A씨는 안양시 만안구에 살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독자 제공
 
<오마이뉴스>는 지난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2019년 7월 민주당 안양시 만안구 지역위원회에 제출된 일부 입당 원서를 입수했다. 이 가운데 인적사항이 일치하는 2명의 주민등록초본·당적 정보·당비 납부 내역 등을 확보해 검토한 결과, 해당 입당 원서를 쓴 2명은 2019년 7월 민주당 안양시 만안구 지역위원회 소속 당원으로 가입해 현재까지 권리당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현재 경상남도에 거주하고 있고 2019년 7월을 포함 지금까지 안양시에 거주한 적조차 없었다.

이들은 2019년 8월부터 매달 1000원씩 당비를 납부했고, 6개월이 지난 시점인 2020년 2월 민주당 안양시 만안구 소속 권리당원 자격을 부여받아 21대 총선 경선 여론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안양시 만안구에 살지 않으면서 해당 지역구 경선 투표권을 얻은 셈이다.

이들 가운데 주소 갈이를 한 당사자 A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삼촌이 도와달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고, 경선 전화가 와서 강득구를 찍었다"며 "서류상 민주당 안양시 만안구에 주소지를 둔 적도 없었고, 거주한 적도 없고, 입당원서에 쓰인 주소는 모르는 주소"라고 설명했다.

 
 경상남도에 살지만 삼촌의 부탁으로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양시 만안구 지역위원회 소속 당원으로 입당한 A씨의 당적 정보와 당비 납부내역. A씨는 2019년 7월 입당원서를 낸 뒤 같은 해 8월부터 매달 1000원씩 당비를 냈고, 2020년 21대 총선 당내 경선에서 권리당원 자격을 얻어 투표권을 행사했다.
경상남도에 살지만 삼촌의 부탁으로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양시 만안구 지역위원회 소속 당원으로 입당한 A씨의 당적 정보와 당비 납부내역. A씨는 2019년 7월 입당원서를 낸 뒤 같은 해 8월부터 매달 1000원씩 당비를 냈고, 2020년 21대 총선 당내 경선에서 권리당원 자격을 얻어 투표권을 행사했다.독자 제공
 
이들은 강득구 의원의 비선 조직이었던 '콜팀'이 모집·관리한 당원들이었다. 콜팀에 참여한 실무자 B씨에 따르면 "이처럼 허위 주소 등재로 당원을 가입해 경선에 참여한 수가 10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강 의원은 21대 총선 당내 경선에서 자신을 찍어줄 당원을 모집하기 위해 2019년 3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자원봉사자 5명 정도의 '콜팀'을 운영했다. 7월을 마지노선으로 삼은 이유는, 최소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경선 시점(2020년 2월)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권리당원' 자격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콜팀에 참여한 실무자 B씨가 이렇게 모집한 당원이 3800여 명으로 파악된다.
 
 <오마이뉴스>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도와 당원을 모집했던 콜팀 실무자이자 자원봉사자 B씨로부터 입수한 입당원서 일부. B씨는 "당시 3800명을 모집했는데 그 가운데 30~50% 정도는 '주소 갈이'된 당원이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도와 당원을 모집했던 콜팀 실무자이자 자원봉사자 B씨로부터 입수한 입당원서 일부. B씨는 "당시 3800명을 모집했는데 그 가운데 30~50% 정도는 '주소 갈이'된 당원이었다"고 밝혔다.독자 제공
 
문제는, 이때 모집한 당원 가운데 상당수가 '주소 갈이' 당원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콜팀'에서 자원봉사자로 실무를 담당했던 B씨는 <오마이뉴스>에 "당시 '콜팀'은 강 의원과 직접적 인연이 있는 수십 명의 '키맨'을 중심으로 그의 친지와 지인을 당원으로 가입시켰다"며 "정확한 수치를 알긴 어렵지만, 당시 모집된 당원 가운데 30~50% 정도는 '주소 갈이'했다고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B씨는 "경기도당에서 당원의 실거주지를 파악할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우리도 타지역에 사는 가족들에게 부탁해서 가입시켰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콜팀'을 통해 경선용 허위 당원을 가입시켜 경선에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고 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강 의원은 21대 경선에서 5선의 안양시 만안구 터줏대감인 이종걸 전 의원을 꺾고 공천을 받고, 선거에서 당선됐다. 당시 경선은 해당 지역구의 권리당원 50%·시민여론조사 5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득구 "그런 사실 없다"... 과거 '콜팀'에 "감사하다"

당원 '주소 갈이' 지적에 대해 강 의원은 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런 일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있었는데 그 사실을 몰랐던 건 아닌가'라는 물음엔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 사실은 없다"라고 답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총선 경선에 대비해 당원을 모집하던 콜팀 실무자이자 자원봉사자B씨와 나눈 문자 내용.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총선 경선에 대비해 당원을 모집하던 콜팀 실무자이자 자원봉사자B씨와 나눈 문자 내용.독자 제공
 
하지만 강 의원은 '콜팀'의 '주소 갈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나왔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강 의원과 '콜팀'의 실무진 B씨 사이에서 오간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는데, B씨가 2019년 7월 1일 "오늘 전량 입당 들어갔구요. 누적 총량 대략 1100(개) 왔다갔다 입니다"라고 보고하자, 강 의원은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같은 날 B씨가 "일요일은 시간 반드시 내어 '악성 서류' 검토해야 합니다. '서류 보완 일'은 인력 보강 없이 내부적 자체 해결로 가겠습니다"라고 하자, 강 의원은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여기서 '악성 서류'는 계좌번호가 실제와 다른 입당원서를 뜻한다. 틀린 계좌번호를 써냈을 경우, 자동 이체를 통한 당비를 납부할 수 없고, 그럴 경우 권리당원 자격을 획득할 수 없어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 '콜팀'은 '악성 서류'를 바로잡기 위해 '서류 보완 일'을 진행하겠다고 하자, 강 의원이 이에 "감사하다"고 호응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주소 갈이'의 경우 정당의 공정한 경선을 방해하는 것으로, 형법상 업무방해 소지가 있다"며 "다만, 해당 정당이 당원의 주소지와 무관하게 특정 지역 당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해놨는지 그 여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업무방해죄 공소시효는 피해가 있었던 사건으로부터 7년이다. 

민주당은 당규로 거주지 허위 등재를 금지하고 있다. 민주당 당규 2호 7조는 "당원명부에 허위로 거주지를 등재하였거나 등재된 정보에 대한 당의 사실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경우 제5조의 권리(선거권)가 제한되거나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련기사] 
- 강득구, 4년 전 총선에서 경기도의회 공무원 선거운동에 활용
#강득구 #위장당원 #주소갈이 #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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