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석 강남대 명예교수
용인시민신문
'장양공 이일장군 기념사업회(이사장 홍순석 강남대 명예교수)는 지난 9일 용인이씨 장양공 문중에서 이일장군 관련 문건 3종과 이숭의(李崇義) 관련 교지 3건을 발굴해 검증한 결과를 <용인시민신문>에 처음 공개했다.
이일장군 시호 교지는 용인이씨 문중에서 공개한 바 있으나, 시호를 내리기 전에 사간원에서 작성한 완의(完議)와 선조가 이일장군에게 내린 유서(諭書), 청백리 이백지(李伯持)의 아들인 이숭의(李崇義)와 부인에게 교지 3건은 일체 공개된 바 없다.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자료 가운데, 선조가 이일장군에게 내린 유서(諭書)는 1597년 5월 25일에 작성된 것으로 임진왜란사와 군사제도 연구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선조가 이일장군에게 내린 유서(諭書)는 1597년에 이일 장군을 함경북도병마절도사로 임명하고 밀부(密符) 제30부(符)를 내리는 유서(諭書)다. 유서는 왕이 각 지방으로 부임하는 관찰사·절도사·방어사(防禦使)·유수(留守) 등에게 왕과 해당 관원만이 아는 밀부를 해당 관원에게 내리는 명령서다.
부(符)는 제1부에서 45부까지 있다. 이일장군에게 내린 유서는 낱장으로, 가로 113.5cm, 세로 55.6cm 규모의 장지에 12행 종서로 쓰여 있다. 1행과 2행 상단, 10행과 11행 중간, 그리고 발급년월일 위에는 '유서지보(諭書之寶)'란 새보(璽寶)를 찍었다. 이일장군에게 내린 유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함경북도병마절도사 이일에게 유지(諭旨)를 내린다. 경은 일방(一方)을 위임 받았으니 체임(體任)이 가볍지 않다. 무릇 군사의 동원과 변란의 대처, 백성의 안전과 적(敵)의 제압 등에 관한 것은 모두 별도의 구장(舊章)이 있으나, 혹 나와 경이 독단으로 처치할 일이 있을까 염려된다.
밀부(密符)가 아니면 시행하지 말라. 또 의외의 간모(奸謀)는 예방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비상한 명이 있으면 부(符)를 합하여 의심이 없은 뒤에 명을 수행하라. 그리하여 친압(親押)한 제 30부(符)를 내리니 경은 이를 받으라. 이런 이유로 하유한다. 만력 25년(1597년,선조30) 5월 25일
(卿受委一方 體任非輕 凡發兵應機安民制敵 一應常事 自有舊章慮 或有予與左卿參獨斷處置事 非密符 莫可施爲 且意外姦謀不可不豫防 如有非常之命 合符無疑 然後當就命 故賜押第三十符 卿其受之 故諭 萬曆二十五年 五月 二十五日)
참고로, 유서(諭書)와 밀부(密符)는 조선시대 군사제도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다. 그러나, 다른 고문서에 비해 그 수가 적은 편이다.
특히, 임진왜란 때 선조가 발부한 유서는 매우 희귀한 편이다. 현재 알려진 자료로 1592년(선조25)에 김성일(金誠一)을 경상우도 병마절도사로 임명하고 밀부 제26부를 내린 유서와 1596년(선조29)에 사도도체찰사(四道都體察使) 유성룡(柳成龍)에게 내린 유서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일장군에게 내린 유서 역시 이에 상응하는 사료라 할 수 있다.
자료를 발굴해 검증한 홍순석 교수는 "이일 장군은 용인 출신으로 평생을 전장(戰場)에서 보낸 명장이다. 북병사로 재임시 번호(藩胡)를 진압하여 국경을 굳건히 지켰으며, 임진왜란 초기부터 종전까지 7년간 왜적과 싸운 장수"라면서 "불가항력의 왜적에 밀려 상주와 충주 전투에서 패해 패장(敗將)으로 낙인돼 있지만, 양주의 해유령 전투에서 첫 승리를 쟁취해 선조가 어마(御馬)를 하사했던 명장이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사실, 처인구 모현읍 매산리에 위치한 이일장군의 묘역 아래에 말무덤이 있음에도 아는 이가 별반 없다.
많은 문헌 기록에 임진왜란 때 평양성 탈환을 비롯해 많은 전공을 세웠으며, 선조의 각별한 총애를 받았던 명장으로 거론되고 있음에도, 드러내 보이지 못했다. 이제라도 전문 연구자들과 함께 자료를 발굴하고 연구해 재평가해야 할 것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11월에 창립한 '장양공이일장군기념사업회'는 2024년도 주요사업으로 장양공이일장군문헌록 간행, 어마총유래비 건립, 시호 교지 및 관련 문건 문화재 등록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일장군의 지속적인 선양사업으로 SNS를 통한 홍보와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장양공 이일 증시 교지(壯襄公李鎰贈諡敎旨)